지난 주말, 그러니까 10월 22일과 23일, 1박2일에 걸쳐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국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아들도 포함해서요. 토요일 새벽 5시 반쯤 출발하여 일요일 저녁 무렵에 집에 도착했으니, 비교적 알차게 다녀왔는데요. 올라오는 길이 꽤 밀리고 비가 주적주적 와서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식사를 안성휴게소에서 국밥으로 때우고 서둘러 도착한 곳은 공주 공산성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각 지자체들이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여 '무슨무슨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쟁이 있었는데, 이곳 공산성 주변도 '고마나루명승길'이라는 이름으로 트래킹코스 안내가 있더군요.  고마(곰)나루는 공주의 옛 이름 '웅진(熊津)의 순한글 이름입니다.

 

   저희는 그냥 공산성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차로 국립공주박물관까지 이동하여, 그 주변에 있는 한옥마을,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등을 둘러 본 후 황새바위를 보는 것으로 하루짜리 공주 일정을 잡았습니다.

   공산성은 성곽의 보존과 유지관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산성이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주욱 한 바퀴를 돌면, 여유있게 주변을 보며 걸어도 한 시간 반 정도면 되는 코스였습니다.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성을 지켜주는 4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깃발과 성문, 망루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금강을 접하는 곳에는 시원하고 탁 트인 강주변과 공주시내의 전경이 들어와 볼 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트래킹을 좋아하는 제 성향에 맞는 곳이었습니다.

   공산성 트래킹을 마치고 나니, 몸에 약간의 땀이 나 있고 노곤함이 느껴져서 근처 '커피향기'라는 찻집에서 잠시 쉬며 망고 대패 빙수 하나와 카푸치노 커피 한 잔을 주문하여 먹었습니다. 가벼운 운동 뒤여서 그런지 너무 맛있더군요.

커피향기 카푸치노와 망고 대패 빙수공산성 트래킹을 즐기고 오신 분들께 이곳 대패 빙수를 추천합니다. 가격은 1만원으로 기억되네요. 망고 맛 외에 블루베리 맛도 있었을 겁니다.

 

   달콤한 휴식 후 일정을 재개했습니다. 국립 공주박물관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반 정도 되더군요. 백제 시대의 유물들, 주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진품 혹은 모조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옥내외 전시물들을 모두 꼼꼼히 둘러 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서울의 국립 중앙박물관이나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 등에 비하면 정말 아담하고 조촐한 박물관이네요.

국립공주박물관 공산성 미니어처국립 공주박물관 구내에 전시된 공산성 축소 모형입니다. 공산성 트래킹을 먼저 다녀와서 그런지, 미니어처 위의 장소 한 곳, 한 곳이 다 익숙하네요.

 

   이제 차를 국립 공주박물관에 두고 바로 옆 한옥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주말을 맞아서인지 재기차기 등 민속놀이가 이곳 저곳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고, 지역 특산물인 군밤과 풀빵을 파는 간식집 등이 있었지만, 이곳의 한옥들은 기본적으로 숙박객들을 받는 숙소였습니다. 그래서 겉에서만 둘러 볼 수 밖에 없었고 내부를 밀도있게 볼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음식점들의 음식 메뉴는 왜 이리 비싼지... 콩나물국밥 7,000원은 관광지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일반적인 한식 메뉴에 '정식'이라는 이름을 붙여 17,000원, 21,000원 하니, 먹을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래서인지 콩나물국밥집을 제외한 다른 음식점들은 거의 비어있는 듯 했고,(아, 근처 전통혼례 피로연장으로 쓰인 식당도 제외하고요.) 콩나물국밥과 편의점 컵라면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식사때가 이미 지나고 있어서, 그냥 컵라면으로 한끼를 때우게 되었습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한옥마을은 그냥 패스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역시 한옥마을에서 송산리고분군까지 도보로 이동했는데 한 7~800미터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걸으니, 차를 가지고 올껄... 하는 마음이 잠깐 생길 정도... 오후 약 1시반쯤 도착해서 처음 간 곳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웅진백제역사관이라는 곳이었는데, 백제의 여러 위인/유명인들을 캐릭터화한 점이 눈에 띄였습니다. 다만, 상영 내용이 너무 단순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들을 동반하지 않은 여행객의 경우 패스해도 무방한 정도였습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송산리고분군/무령왕릉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들어간 후, 이제 더 이상 각 고분들과 무령왕릉의 실물을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유물의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영구폐쇄의 결정을 내리고, 대신 모형전시관을 열어 관람객들을 맞이 하도록 했다는군요. 와이프와 '역시 집은 모델하우스로 봐야 혹 하고 본다', '복부인들도 여기 모델하우스를 좋아할까?'하는 둥의 농담을 주고 받으며 '모형전시'된 고분/왕릉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옛날 중학교 수학여행때 무령왕릉 들어가서 더 잘 보고 나올껄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송산리고분군 출구는 입구쪽과는 별도로 나 있었는데, 나오면 바로 국립공주박물관 쪽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약 3~4분 간 산책하고 나니 박물관 뒤편 관사쪽으로 연결되는 후문이 있더군요. 한옥마을을 거치는 것 보다 더 아늑한 산책길로 기분 좋게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반쯤 되었습니다.

 

   이제 차를 타고 황새바위로 이동합니다. 황새바위는 공주중학교 건너편 가톨릭 성당과 함께 위치하고 있었는데요. 천주교 대전교구의 천주교 성지 중 한 곳이라고 하네요. 조선후기 천주교에 대한 박해로 많은 분들이 순교한 장소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방문객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조성해 놓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있고 그 중 한 나무의 주위를 따라 엄청나게 많은 십자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을 조금 지나니 큰 바위 하나가 있고 다른 바위들이 여럿이 빙둘러 세워져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이것이 '황새바위'인가 싶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세워져 있는 바위 하나 하나에 박해로 숨진 당시 가톨릭 신자들의 이름과 세례명 나이 등이 새겨져 있더군요. 안타까운 것은 이름도 세례명도 없이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윤 서방' '이한교의 누이' 등이 있었다는 것과 불과 10살의 어린 나이에 순교한 사람도 보였다는 것... 종교란 참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순교자분들의 굳은 의지와 신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주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부여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운 우리는 저녁식사만큼은 부여의 맛집에서 제대로 먹어보리라 결의를 다지며 부여로 향했습니다. 물론 그만큼의 출혈은 감수를 해야 겠지요. 부여 맛집 소개와 부여 여행지 탐방은 다음 포스팅에 잇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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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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