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명상(冥想)사이] 제2편

들리는가 민중(民衆)의 노래 소리가?

(Les Misérables Cast 「Do You Hear The People Sing?」)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1802~1885)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겸 정치인이었습니다. 영화 혹은 뮤지컬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소설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도 그의 작품이지요.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전 세계적 걸작인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도 뮤지컬, 뮤지컬영화 등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포스터 로고 이미지.

   저는 휴 잭맨, 러셀 크로 등이 열연한 뮤지컬 영화도 보고, 우리 나라 뮤지컬 배우들에 의해 우리 말로 공연된 뮤지컬 작품으로도 감상했습니다. 뮤지컬 배우들이야 워낙 노래 실력들이 출중하겠지만, 휴 잭맨이나 앤 해서웨이 등 헐리우드 스타들도 생각보다 꽤 잘하더군요. 그래도 원래 가수출신인 서맨사 바크스 (에포닌 역)의 「On My Own」같은 곡은 감정처리, 성량 등에서 다른 영화배우 출신들이 부른 곡들의 추종을 불허하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의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처럼 노래로도 길이 남을 명곡인 것 같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2012) 포스터.

   뮤지컬 혹은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하면, 떠 오르는 또 하나의 명곡이 있지요. 바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라는 곡입니다. 프랑스대혁명(1789년~1794년) 이후에도 굶주림 속에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던 프랑스 민중들, 그런 와중에 혼란을 틈타 구체제인 왕정으로 복귀하는 지배계층... 그 지배계층과 결탁하여 민중의 고혈을 짜내 부를 축적하는 신흥 브루조아지... 프랑스 민중은 민중의 지지를 받던 라마르크 의원의 장례식을 계기로 왕정 지배계층과 브루조아지에 항거하는 봉기를 일으킵니다. 이를 프랑스 역사는 '6월폭동(1832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폭동'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민중 봉기는 많은 바리케이트를 쌓으며 끝까지 저항했지만, 총을 앞세운 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진압으로 인해 궤멸되고 맙니다. (성공했다면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요.)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2012) 민중 봉기 씬(Scene)의 한 장면.

   이 민중 봉기의 시기... 봉기의 지도부로 묘사되는 마리우스의 동지들이 한 명씩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뮤지컬 캐스트들의 합창으로 이어지는 대곡(大曲)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봉기의 캠패인송 격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곡의 특성상 캐스팅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합창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 감동이 더 크겠지요. 사실 뮤지컬이야 무대의 한계때문에라도 압도적인 군중의 숫자를 표현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뮤지컬을 영화화한 2012년의 작품은 생각보다는 봉기의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보여서 조금은 아쉬운 측면이 개인적으로는 있었습니다.

   이 곡의 가사를 음미해 보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반복되는 구체제(앙시앙 레짐, Ancien Régime)의 복귀와 거듭되는 민중의 봉기... 피로 쟁취한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있는 현실과 반복되는 민중들의 피폐함... 이것들이 비단 1800년대의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거의 1백년 동안 반복되었던 이러한 기나긴 과정의 끝에 프랑스 민중들이 왕정 세력과 귀족들을 모두 몰아내고, 공화정을 정착시키고, 브루주아 자본주의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의 균형점을 찾아내어, 오늘날의 선진국 프랑스를 만들어 왔다는 것입니다. 순간 순간의 역사에서 좌절과 패배와 허무한 구체제의 복귀가 자리하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인류 사회가 발전과 진보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바로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낙선 후, 지지자들과 선거운동본부 봉사자들에게 위로하며 건냈던 말들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좌절하고 있는 것들, 우리 사회가 쌓아 왔던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진 느낌... 이것들도 긴 호흡에서 보면, 짧게는 1987년 이후, 길게는 100년에 가까운 기나긴 노력 끝에 달성한 성과들의 일시적인 퇴보일뿐일 것입니다. 우리 안에 다시 자리잡은 이 앙시앙 레짐도 끝내는 사라지리라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 아니더라도요. 프랑스의 왕정이 끝내는 그랬던 것처럼...

 

 

Do You Hear The People Sing?[각주:1]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모두 함께 싸우자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누가 나와 함께 하나

Beyond the barricade
저 너머 장벽 지나서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오래 누릴 세상

Then join in the fight
자, 우리와 싸우자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자유가 기다린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너의 생명 바쳐서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깃발 세워 전진하라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살아도 죽어서도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앞을 향해 전진하라

The blood of the martyrs
저 순교의 피로서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
조국을 물들이리라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출처 : wilsonbaksa 님 블로그

 

 

 

 

  1. wilsonbaksa님에 의하면 가사의 한글부분은 영어 가사의 번역이 아닌 한국어판 뮤지컬의 가사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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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파이에 팩스서버 설치하기

 

들어가는 글

 

    라즈베리 파이는 기본적으로 Faxmodem 칩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USB 포트들이 있으므로,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USB 팩스모뎀을 구해서 연결만 해 주면 훌륭한 팩스기기로 변신합니다. 저렴하게는 5만원 안쪽에서 팩스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USB 팩스모뎀을 라즈베리 파이에 설치하고 팩스서버 어플리케이션을 설치 및 설정하여 팩스 서비스를 실행하는 것에 관하여 포스팅합니다.

     ※준비물

  • 리눅스 운영체제가 설치된 라즈베리파이 (이 글에서는 Raspbian 가정)

  • USB 팩스모뎀 (리눅스 호환 칩을 가진 모델일 것)

  • 개통 완료된 전화 1회선 (전화기는 필요 없습니다.)

    라즈베리파이는 네트워크 접속만 할 수 있고, USB 슬롯이 있는 모델이라면 어떠한 것도 상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Orangepi 및 각종 Pi류 다 괜찮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PC도 됩니다. 운영체제도 리눅스 운영체제라면 Arch linux, Ubuntu 계열도 모두 괜찮습니다. 다만, 리눅스 커널은 USB 팩스모뎀이 인식되도록 범용으로 컴파일된 것이어야 합니다.

    USB팩스모뎀은 시중에 4~5만원대 제품도 있고,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eBay나 aliexpress에서 무료 배송에 우리 돈으로 1만 원 가량하는 제품도 괜찮습니다. 물론 도를 닦는 심정으로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단, 상품상세 설명에 지원하는 운영체제로 Linux가 반드시 기재 되어 있어야 합니다.

USB 팩스모뎀제가 파이 팩스서버를 구축하기 위해 Aliexpress에서 구입한 중국산 팩스모뎀제품입니다. 당시 (2016년 1월) 구입가는 USD8.56이었습니다.

 

USB팩스모뎀의 설치 및 확인

 

    전화선의 경우 팩스 전용의 회선이 따로 있다면 자동수신으로 설정해 놓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전화용 회선에서 끌어다가 팩스를 쓴다면, 수동수신으로 설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아무튼, 전화선을 국선 라인에 연결해 주고 USB 커넥터도 라즈베리파이의 USB 슬롯에 연결해 줍니다.

    이제 라즈베리 파이에 ssh로 접속하여(혹은 데스크톱환경에 접속 후 터미널을 열어) 아래와 같이 입력해 줍니다.[각주:1]

1
$ lsusb 
cs

    위 명령의 결과, 아래와 같이 faxmodem 장치가 잡혀 있다면 라즈베리파이 리눅스에 하드웨어가 잘 장착된 것입니다[각주:2]. 당연히 Bus와 Device 번호, ID는 다를 수 있겠지요.

    하드웨어 디바이스의 폴더도 아래와 같이 살펴 봅니다.[각주:3]

1
$ ls -la /dev/ttyA* 
cs

    아래와 같이 장치가 잡혀 있으면 됩니다. 이때, tty로 시작하는 장치의 이름을 대소문자 및 숫자 구분하여 반드시 기억하거나 메모해 둡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설치

 

    우리의 라즈베리파이에 메일 서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수신 메일을 메일로 포워딩하는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MTA(Mail Transfer Agent)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hylafax-server를 설치하면 mailutils까지 함께 설치되고 이렇게 되면 기본 MTA프로그램인 Exim이 설치되기 때문에, MTA로 Exim이 아닌 postfix를 설치하여 간단하게 gmail의 SMTP를 통한 relay가 가능하도록 설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아래의 링크로 대신합니다.

<Gmail SMTP Server를 사용하여 발송전용 Postfix 메일 서비스 구축하기> 바로가기

    이제 팩스서버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합니다. 리눅스에서는 팩스서버-클라이언트 패키지인 hylafax를 많이 씁니다. 서버를 설치하면 클라이언트도 함께 설치됩니다.

1
$ sudo apt-get install hylafax-server 
cs

 

 

hylafax 팩스모뎀 설정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완료되면 아래와 같이 팩스모뎀에 대한 설정에 들어 갑니다.

1
$ sudo faxsetup 
cs

    hylafax의 설정 스크립트가 시작되어 특별한 에러가 없으면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 사용자 입력을 대기하게 됩니다.

        HylaFAX configuration parameters are:

        [1] Init script starts faxq:            yes
        [2] Init script starts hfaxd            yes
        [3] Start old protocol:                 no
  Are these ok [yes]? 엔터

Can I terminate this faxq process (3804) [yes]? 엔터
Should I restart the HylaFAX server processes [yes]? 엔터

 

Do you want to run faxaddmodem to configure a modem [yes]?엔터
Serial port that modem is connected to [ttyS0]? ttyACM0

 

※ 위에서 암기하거나 메모해 둔 팩스모뎀의 디바이스명을 정확히 입력해 줍니다.

    [ ] 안의 기본값 yes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의미로 엔터를 입력하면 계속해서 사용자의 설정값을 받도록 대화모드가 이어집니다. 아래에 기술한 항목에 대하여는 각자의 환경에 맞는 값을 입력해 주어야 하며, 특별히 언급이 없는 항목에 대하여는 기본값대로 엔터를 입력하며 넘어가 줍니다.

Country code [1]? 82
Area code [415]? 2 <- 지역번호에 0을 빼고 입력합니다. ex 서울 2, 경기 31, 인천 32
Phone number of fax modem [+1.999.555.1212]? +82.2.1234.5678  <-실제 전화번호입력
Local identification string (for TSI/CIG) ["NothingSetup"]? Truerain's Home Fax <-각자 변경
Protection mode for received facsimile [0600]? 644
Protection mode for session logs [0600]? 644
Protection mode for ttyACM0 [0600]? 666
Rings to wait before answering [1]? 1   <- 발신 전용일 경우 0 입력
Modem speaker volume [off]? 엔터    <- 기본값 외에 QUIET LOW MEDIUM HIGH 가능 Max consecutive bad lines to accept during copy quality checking [5]? 3  <-줄여도 무방
Max number of pages to accept in a received facsimile [25]? 엔터    <- 늘려도 무방

Are these ok [yes]? 엔터  

   이제 스크립트는 모뎀 속도를 체크한 뒤, 가능한 모뎀 Class를 확인한 후 어떤 클래스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 옵니다. 이때 구형 팩스를 포함한 모든 팩스기기와 호환되기 위해서 반드시 1을 입력해야 합니다.

This modem looks to have support for Class 1.0, 1 and 2.
How should it be configured [1.0]? 1

     아래의 문구가 나올 때 까지 몇 번 더 기본 값을 승인하는 엔터를 입력한 후 아래의 문구대로 다른 팩스모뎀을 더 설정할 것이 없다면(팩스모뎀 단 하나를 설치한 우리도) no를 입력하고 엔터를 입력합니다.

Do you want to run faxaddmodem to configure another modem [yes]? no

    마지막으로 아래 물음에 엔터로 승인하면 팩스모뎀 설정이 완료됩니다.

Should I run faxmodem for each configured modem [yes]?  엔터

    이제 스크립트가 알아서 지금까지의 모든 설정을 저장하며 Bash쉘로 돌아옵니다. 새로이 저장된 설정을 반영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hylafax 서비스를 재시작 해 줍니다.[각주:4]

1
$ sudo systemctl restart hylafax.service 
cs

    팩스서비스가 설정대로 잘 재시작되었는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아래 명령으로 확인합니다.

1
$ sudo faxstat -s
cs

    그 결과가 아래 그림과 같이 나오면 잘 설정되어 실행중에 있으며 대기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오는 글

    지금까지 데비안 Jessie 계열 운영체제가 설치된 라즈베리파이에 USB팩스모뎀을 설치하고 hylafax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팩스서버로 작동하도록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설정한 것 이외에도 별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내부네트워크의 다른 단말기에서도 팩스를 수신 및 발신 할 수 있도록 추가 설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avantfax 웹애플리케이션을 웹서버에 설치하여 hylafax와 연동하도록 구성하고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라즈베리파이 팩스서버를 관리하는 것이 훨신 효율적이고 편리하므로, hylafax 서버의 설정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 기본적으로 제가 구입한 conexant 제품은 Plug & Play를 지원하기 때문에 재부팅이 필요 없었습니다. 구매한 팩스모뎀 제품에 따라 재부팅을 필요로하거나 수동 설정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제품 메뉴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으로]
  2. 제가 Aliexpress에서 구입한 제품은 벌크제품으로서 Conexant Systems (Rockwell), Inc.의 모뎀 칩을 사용하는 TRENDnet TFM-561U이거나 그 카피 제품으로 보입니다. 해당 모델은 리눅스와 호환성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제 경우와 달리, USB팩스모뎀의 종류에 따라 ttySL0 등의 이름으로 잡히는 모델이 있으므로 ls -la /dev/tty* 라는 명령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으로]
  4. 만약, Debian(Raspbian) Jessie 이전 배포판을 사용하고 있다면 sudo service hylafax restart 라는 명령을 통해 재시작하여야 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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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이 글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링이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화 「무현 - 두 도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오늘이 아니고 정확히 일주일 전에... 한 주간의 사색을 거쳐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은, 아니 대통령이 아닌 것 같은 이 어수선한 세상에, 개봉관 조차 몇 확보하지 못하고 선을 보였던 이 한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국회의원 선거에 조차 떨어지던 시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사이에 시간이 흐를 수록 찾는 이들이 더 늘어 박스오피스 역주행 중이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 영화는, 2000년 총선이 있은 지 얼마 후에 KBS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각주:1]에서 당시 노무현 낙선자를 밀착취재해서 방영했던 것을 유심히 보았던 그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 준 점에서 의의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바보 노무현'은 더 유명해지고, 전국적인 노사모열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한편으로는, 평행이론적 관점에서 2016년 여수의 '무현'이라는 한 축을 이루는 故 백무현 화백의 이야기는 제가 몰랐던 부분이라 관심을 가지고 봤습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가 다루지 않는 내용인데, 2002년 12월 대통령 당선 후의 일성(一聲)으로 당시 노무현 당선인이 "나를 지지한 50%를 위한 정책을 하는 대통령이 아닌 나를 지지하지 않은 50%를 위한 정책도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때부터 '아니, 그럴려면 우리가 왜 당신을 지지했는가? 당선인이라면 그 지지자를 위하여 지지자가 원하는 정책을 임기내에 관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 답이 이 영화에 있더군요. 이 영화의 2000년 선거운동 화면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아무도 본인의 선거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부산 어떤 시장 부근에서의 고된 일정을 잠시 멈추고 쉬러 들어갔던 다방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다방 종업원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저(노무현 후보)에게 관심도 안 갖는 지역에서 제가 유세를 해야 할까요?' 그 다방 종업원은 대답하죠. '해야 합니다.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라도, 그들에게 유세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왠만한 정치인들은 스쳐 듣거나, 깨닫는 게 있어도 그 결심이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노무현은 이 다방 종업원과의 대화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신념화하여 정치인으로서 행보에 끝까지 반영합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여기서 풀렸습니다. '아, 이때 깨닫고 신념화한 내용이 그때의 그 나머지 50% 언급을 낳았구나...' 재임 중 '대북송금 특검' 수용 등의 소위 진보진영을 당혹케 했던 정책으로 인해 진보진영에서도, 보수진영에서도 공격받는 결과를 낳았던 것도, 집권 후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개헌'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도 이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야당(한나라당)과 여당(열린우리당) 그리고 각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노 대통령의 이 제안들을 정치공학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했었죠. 심지어는 노대통령 지지자들까지 이해하기 힘들어 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14년 전부터 가져 오던 의문이 이제와서 풀린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분명히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하는 데는 그 객관적인 이유 혹은 시사적인 배경이 있겠지요. 강한 신념과 주관을 가지고서 그것이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중시해야할 '당선' 가능성과 배치된다고 하여도, 또 실제로 낙선했다고 하여도, 유권자(국민)를 탓하지 않고 기꺼이 감내한 2000년 부산에서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에서의 백무현을 대비시켜, 신념없이 이미지만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오다 사실은 누군가의 '꼭두각시'였음이 드러난 요즘의 어떤 유력 정치인을 떠오르게 합니다. 또, 정치인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연설문에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연설문 담당 보좌관들과 고민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중요한 연설문을 사사로이 외부 비선 실세를 통해 수정하여 엉뚱한 오류와 황당한 비문을 낳았던 요즘의 그 어떤 유력 정치인을 비교하게 합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2000년의 노무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요즘의 그 유력 정치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의 내용보다는 내용 외적인 부분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관객이 있는 엄연한 개봉 영화인데, 같은 내용이라도 관객들이 영화에 조금 더 공감하게 하는 구성을 갖출 수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죠.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 선술집에서, 작업실 회의탁자 등에서 등장하며 토론 내지는 자기 생각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이야기 할 때, 노무현을 떠올리면 먹먹해 지고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기 어려워 하시는 모습들을 컷트 없이 롱테이크로 잡는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영화 내용의 전개만으로 그 눈물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공감능력'이라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개인의 '공감하는(해 주는) 능력'을 의미할 텐데... 대중매체라면,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되었다면 더 좋았겠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이 영화는 조금 아쉽지 않았나 합니다.

   또 하나 든 생각은, 좀 생뚱맞지만, 앞으로 점점 더 노무현을 알지 못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과 다음 세대에게 노무현의 생애, 정치적 이상과 한계, 집권시의 업적과 과오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려 줄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8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민의 정부가 IMF위기를 수습하고 민주정치의 기초를 닦아, 참여정부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운 우리 사회가 그 이후 시나브로 퇴보하다가, 어느 샌가 모르게 붕괴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요즈음, 10여년 전 그 시절은 단지 소주 한 잔 걸치며 눈물짓고 그리워만 할 대상이 아닌, 우리가 회복해야할 가치와 국가 시스템의 기준과 목표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목표를 향해, 혹은 그 목표를 뛰어 넘는 비젼을 향해 우리 다음 세대를 이끌어 줄 새 시대의 지도자를 보는 안목을 우리 다음 세대 유권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 KBS1TV 「피플 세상속으로」2000년 5월 30일 방영 「끝과 시작 - 낙선정치인 노무현」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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