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아들과 단 둘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아빠한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자며,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군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김치볶음밥을 혼자 다 만들기는 아직 버거울 것같아 아빠와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빠는 버터와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김치를 썰어 볶고, 아들은 런천미트 햄을 깍둑썰어 프라이팬에 보탰습니다. 얼추 김치가 익어갈때 쯤 새로 지은 밥을 얹어서 비비고 모짜렐라 치즈가루를 뿌린 뒤, 약 3분 뒤에 불을 끄고 아들이 조미김을 잘게 잘라 뿌렸습니다.

   서로 '맛있네' '정말 맛있다'를 반복하며 둘이 앉아 다 먹었네요. 평소에 세 식구가 먹던 양이었는데... 맛있게 먹었으니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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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림 : 이 글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링이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화 「무현 - 두 도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오늘이 아니고 정확히 일주일 전에... 한 주간의 사색을 거쳐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은, 아니 대통령이 아닌 것 같은 이 어수선한 세상에, 개봉관 조차 몇 확보하지 못하고 선을 보였던 이 한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국회의원 선거에 조차 떨어지던 시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사이에 시간이 흐를 수록 찾는 이들이 더 늘어 박스오피스 역주행 중이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 영화는, 2000년 총선이 있은 지 얼마 후에 KBS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각주:1]에서 당시 노무현 낙선자를 밀착취재해서 방영했던 것을 유심히 보았던 그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 준 점에서 의의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바보 노무현'은 더 유명해지고, 전국적인 노사모열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한편으로는, 평행이론적 관점에서 2016년 여수의 '무현'이라는 한 축을 이루는 故 백무현 화백의 이야기는 제가 몰랐던 부분이라 관심을 가지고 봤습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영화가 다루지 않는 내용인데, 2002년 12월 대통령 당선 후의 일성(一聲)으로 당시 노무현 당선인이 "나를 지지한 50%를 위한 정책을 하는 대통령이 아닌 나를 지지하지 않은 50%를 위한 정책도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때부터 '아니, 그럴려면 우리가 왜 당신을 지지했는가? 당선인이라면 그 지지자를 위하여 지지자가 원하는 정책을 임기내에 관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 답이 이 영화에 있더군요. 이 영화의 2000년 선거운동 화면 중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아무도 본인의 선거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부산 어떤 시장 부근에서의 고된 일정을 잠시 멈추고 쉬러 들어갔던 다방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다방 종업원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저(노무현 후보)에게 관심도 안 갖는 지역에서 제가 유세를 해야 할까요?' 그 다방 종업원은 대답하죠. '해야 합니다.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라도, 그들에게 유세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왠만한 정치인들은 스쳐 듣거나, 깨닫는 게 있어도 그 결심이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노무현은 이 다방 종업원과의 대화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신념화하여 정치인으로서 행보에 끝까지 반영합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여기서 풀렸습니다. '아, 이때 깨닫고 신념화한 내용이 그때의 그 나머지 50% 언급을 낳았구나...' 재임 중 '대북송금 특검' 수용 등의 소위 진보진영을 당혹케 했던 정책으로 인해 진보진영에서도, 보수진영에서도 공격받는 결과를 낳았던 것도, 집권 후기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개헌'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도 이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야당(한나라당)과 여당(열린우리당) 그리고 각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노 대통령의 이 제안들을 정치공학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했었죠. 심지어는 노대통령 지지자들까지 이해하기 힘들어 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14년 전부터 가져 오던 의문이 이제와서 풀린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분명히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하는 데는 그 객관적인 이유 혹은 시사적인 배경이 있겠지요. 강한 신념과 주관을 가지고서 그것이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중시해야할 '당선' 가능성과 배치된다고 하여도, 또 실제로 낙선했다고 하여도, 유권자(국민)를 탓하지 않고 기꺼이 감내한 2000년 부산에서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에서의 백무현을 대비시켜, 신념없이 이미지만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오다 사실은 누군가의 '꼭두각시'였음이 드러난 요즘의 어떤 유력 정치인을 떠오르게 합니다. 또, 정치인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연설문에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연설문 담당 보좌관들과 고민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에서, 중요한 연설문을 사사로이 외부 비선 실세를 통해 수정하여 엉뚱한 오류와 황당한 비문을 낳았던 요즘의 그 어떤 유력 정치인을 비교하게 합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2000년의 노무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요즘의 그 유력 정치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의 내용보다는 내용 외적인 부분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저예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지라도, 그래도 관객이 있는 엄연한 개봉 영화인데, 같은 내용이라도 관객들이 영화에 조금 더 공감하게 하는 구성을 갖출 수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죠.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 선술집에서, 작업실 회의탁자 등에서 등장하며 토론 내지는 자기 생각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이야기 할 때, 노무현을 떠올리면 먹먹해 지고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기 어려워 하시는 모습들을 컷트 없이 롱테이크로 잡는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영화 내용의 전개만으로 그 눈물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공감능력'이라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개인의 '공감하는(해 주는) 능력'을 의미할 텐데... 대중매체라면,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되었다면 더 좋았겠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이 영화는 조금 아쉽지 않았나 합니다.

   또 하나 든 생각은, 좀 생뚱맞지만, 앞으로 점점 더 노무현을 알지 못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과 다음 세대에게 노무현의 생애, 정치적 이상과 한계, 집권시의 업적과 과오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려 줄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8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민의 정부가 IMF위기를 수습하고 민주정치의 기초를 닦아, 참여정부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운 우리 사회가 그 이후 시나브로 퇴보하다가, 어느 샌가 모르게 붕괴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요즈음, 10여년 전 그 시절은 단지 소주 한 잔 걸치며 눈물짓고 그리워만 할 대상이 아닌, 우리가 회복해야할 가치와 국가 시스템의 기준과 목표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목표를 향해, 혹은 그 목표를 뛰어 넘는 비젼을 향해 우리 다음 세대를 이끌어 줄 새 시대의 지도자를 보는 안목을 우리 다음 세대 유권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 KBS1TV 「피플 세상속으로」2000년 5월 30일 방영 「끝과 시작 - 낙선정치인 노무현」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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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그러니까 10월 22일과 23일, 1박2일에 걸쳐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국내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지난 제1편 공주여행편에 이은 두번째 글로써 부여지역 여행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공주 황새바위 천주교 성지를 둘러본 후 저희는 부여로 넘어와서 하루를 묵을 숙소로 향했습니다. '부여관광호텔'에 미리 예약을 해 놓아서 바로 체크인만 하면 되었죠. 부여 읍내 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풀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읍내 시가지하고 불과 차로 3분 정도 이내에 위치한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와이프가 온돌방을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널찍하니 세 식구가 자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네요.

 

   오후 4시쯤 도착해 짐을 대충 풀고, 약간의 꿀잠을 자고 일어나, 맛집으로 점찍어 둔 '사비마루'라는 곳을 찾아 갔습니다. 이 곳은 부여 읍내 한 복판에 있었는데, 다음 날 보니, 부소산성 관광지 주차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곳이더군요.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보고 찾아 갔는데, 부여 읍내의 많은 맛집들이 이곳 부소산성 입구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사비마루'의 추천 메뉴는 바로 일본에서 '규가츠'라고 불리는 소고기 즉석 구이와 꼬치요리, 그리고 초밥입니다. 저희는 위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모듬세트를 먹어 봤는데요. 가격은 32,000원에 다양한 꼬치요리와 소고기 300g, 초밥 8개 정도의 한 접시 등을 된장찌게 등의 반찬과 더불어 먹을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일본식이라 그런지 저희 가족이 먹기에는 다소 양이 적은 듯 한 것이 단점이랄까... 맛은 괜찮았습니다. 초밥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생선 초밥, 유부 초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초밥에 썬 양파가 올려져 있고 한 켠에 와사비가 덜어져 있어서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고기를 구워서 초밥과 함께 먹는 용도인 것 같습니다. 주차는 건물 옆으로 진입하여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면 이중주차로 6대 이상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맥주를 마신 후 기절하듯 잠들면서 여행 첫날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튿날, 9시 반도 넘어 다소 늦게 숙소를 나온 저희 일행은 점찍어 둔 부여 맛집 두 번째 집으로 아점을 먹으러 향했습니다. 저희 숙소보다도 더 외곽쪽에 롯데 리조트 근처에 '백제해장국'이 그 곳이었는데요.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 테이블이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손님이 북적였습니다. 아마 더 일찍 갔다면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먹었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백제해장국'집에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백제해장국을 주문해 먹으라는 어떤 블로거님의 조언에 따라 백제해장국을 먹어 봤습니다. 일종의 모듬해장국이더군요. 양, 내장, 선지 등이 골고루 들어간 진한 국물의 해장국이었습니다. 국밥에 중요한 김치도 괜찮았고 반찬으로 주는 날 양파, 고추 등의 야채도 신선했습니다. 

   가격도  8천원으로 수도권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정도였네요. 그 가격도 지난 10월 1일부터 1천원씩 올린 가격이었다니... 아쉬운 점은 내장의 양이 다소 적은 것이었는데, 가격을 조금 더 인상하더라도, 건더기를 조금 더 푸짐하게 하시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부여지역에서 돌아볼 곳들은 시간관계상 부소산성, 서동공원 궁남지, 정림사지 5층석탑 정도만 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점도 든든히 먹었겠다. 소화도 시킬 겸 부소산성 트래킹을 첫 코스로 잡았습니다.

   부소산성은 전날 둘러본 공주 공산성과 달리, 성벽은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코스도 성벽을 따라 순환하는 공산성과는 달리, 보통 등산이나 트래킹 하는 듯한 산길의 느낌이었습니다. 곳곳에 빈대떡과 막걸리를 파는 가게도 있고.. 수도권의 여느 산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더군요. 그래도 산성 내부는 순환 산책로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산성 정문, 낙화암, 고란사, 태자골숲길, 영일루, 삼충사를 거쳐 다시 부소산성 정문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해 걸었습니다. 

   낙화암에서 고란사/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고 유난히 단체관광객들이 많아, 다소 산만하고 쾌적도가 떨어졌지만, 다른 코스들은 특별히 가파는 길이 없고 한적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었으며, 특히 태자골숲길의 경우 바닥에 돌을 깔지 않아, 흙을 밟으며 가을 산길을 산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소산성을 나와 향한 곳은 서동공원 내에 있는 궁남지 정원이였습니다. 서동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궁남지 쪽으로 향하니, 작은 연못이 옹기종기 있고 그 연못들 안에 연꽃들이 피어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로 궁남지를 크게 에워싸는 형태로 엄청난 규모의 연지(蓮池)를 조성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왔다면 연꽃들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을 텐데, 이 가을에 보니 좀 흉물스럽더군요. 하지만 군데군데 작고 예쁜 수련 꽃들이 피어 있어 포룡정으로 향하는 길에 즐거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궁남지는 다음 주에 열린다는 꽃 축제 관계로 다소 산만한 모습이었는데요. 나들이 나온 군민들과 관관객들에게는 더 많은 포토존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정림사지5층석탑이 있는 정림사지였는데요. 정림사지박물관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 내려가니, 5층석탑을 보려면 입장료 개인 1,500원, 어린이 7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네요. 박물관을 볼 것도 아니고, 잔디나 깔려있는 정림사 터를 볼 일도 도욱 없는데, 5층석탑 잠깐 보자고 입장료를 낼 이유가 없어서 그냥 멀리 담장 밖에서 보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때 아이폰 카메라의 줌 기능을 좀 망원경처럼 써 보니 요긴하더군요.

   이렇게 1박2일의 공주, 부여 여행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르기 전까지는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아,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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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그러니까 10월 22일과 23일, 1박2일에 걸쳐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국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아들도 포함해서요. 토요일 새벽 5시 반쯤 출발하여 일요일 저녁 무렵에 집에 도착했으니, 비교적 알차게 다녀왔는데요. 올라오는 길이 꽤 밀리고 비가 주적주적 와서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식사를 안성휴게소에서 국밥으로 때우고 서둘러 도착한 곳은 공주 공산성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각 지자체들이 트래킹 코스를 개발하여 '무슨무슨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쟁이 있었는데, 이곳 공산성 주변도 '고마나루명승길'이라는 이름으로 트래킹코스 안내가 있더군요.  고마(곰)나루는 공주의 옛 이름 '웅진(熊津)의 순한글 이름입니다.

 

   저희는 그냥 공산성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차로 국립공주박물관까지 이동하여, 그 주변에 있는 한옥마을,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등을 둘러 본 후 황새바위를 보는 것으로 하루짜리 공주 일정을 잡았습니다.

   공산성은 성곽의 보존과 유지관리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산성이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주욱 한 바퀴를 돌면, 여유있게 주변을 보며 걸어도 한 시간 반 정도면 되는 코스였습니다.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성을 지켜주는 4신(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깃발과 성문, 망루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금강을 접하는 곳에는 시원하고 탁 트인 강주변과 공주시내의 전경이 들어와 볼 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트래킹을 좋아하는 제 성향에 맞는 곳이었습니다.

   공산성 트래킹을 마치고 나니, 몸에 약간의 땀이 나 있고 노곤함이 느껴져서 근처 '커피향기'라는 찻집에서 잠시 쉬며 망고 대패 빙수 하나와 카푸치노 커피 한 잔을 주문하여 먹었습니다. 가벼운 운동 뒤여서 그런지 너무 맛있더군요.

커피향기 카푸치노와 망고 대패 빙수공산성 트래킹을 즐기고 오신 분들께 이곳 대패 빙수를 추천합니다. 가격은 1만원으로 기억되네요. 망고 맛 외에 블루베리 맛도 있었을 겁니다.

 

   달콤한 휴식 후 일정을 재개했습니다. 국립 공주박물관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반 정도 되더군요. 백제 시대의 유물들, 주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진품 혹은 모조품들이 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옥내외 전시물들을 모두 꼼꼼히 둘러 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서울의 국립 중앙박물관이나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 등에 비하면 정말 아담하고 조촐한 박물관이네요.

국립공주박물관 공산성 미니어처국립 공주박물관 구내에 전시된 공산성 축소 모형입니다. 공산성 트래킹을 먼저 다녀와서 그런지, 미니어처 위의 장소 한 곳, 한 곳이 다 익숙하네요.

 

   이제 차를 국립 공주박물관에 두고 바로 옆 한옥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주말을 맞아서인지 재기차기 등 민속놀이가 이곳 저곳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고, 지역 특산물인 군밤과 풀빵을 파는 간식집 등이 있었지만, 이곳의 한옥들은 기본적으로 숙박객들을 받는 숙소였습니다. 그래서 겉에서만 둘러 볼 수 밖에 없었고 내부를 밀도있게 볼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음식점들의 음식 메뉴는 왜 이리 비싼지... 콩나물국밥 7,000원은 관광지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일반적인 한식 메뉴에 '정식'이라는 이름을 붙여 17,000원, 21,000원 하니, 먹을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래서인지 콩나물국밥집을 제외한 다른 음식점들은 거의 비어있는 듯 했고,(아, 근처 전통혼례 피로연장으로 쓰인 식당도 제외하고요.) 콩나물국밥과 편의점 컵라면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식사때가 이미 지나고 있어서, 그냥 컵라면으로 한끼를 때우게 되었습니다. 이런 줄 알았으면, 한옥마을은 그냥 패스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역시 한옥마을에서 송산리고분군까지 도보로 이동했는데 한 7~800미터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걸으니, 차를 가지고 올껄... 하는 마음이 잠깐 생길 정도... 오후 약 1시반쯤 도착해서 처음 간 곳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웅진백제역사관이라는 곳이었는데, 백제의 여러 위인/유명인들을 캐릭터화한 점이 눈에 띄였습니다. 다만, 상영 내용이 너무 단순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들을 동반하지 않은 여행객의 경우 패스해도 무방한 정도였습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송산리고분군/무령왕릉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들어간 후, 이제 더 이상 각 고분들과 무령왕릉의 실물을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유물의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영구폐쇄의 결정을 내리고, 대신 모형전시관을 열어 관람객들을 맞이 하도록 했다는군요. 와이프와 '역시 집은 모델하우스로 봐야 혹 하고 본다', '복부인들도 여기 모델하우스를 좋아할까?'하는 둥의 농담을 주고 받으며 '모형전시'된 고분/왕릉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옛날 중학교 수학여행때 무령왕릉 들어가서 더 잘 보고 나올껄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송산리고분군 출구는 입구쪽과는 별도로 나 있었는데, 나오면 바로 국립공주박물관 쪽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약 3~4분 간 산책하고 나니 박물관 뒤편 관사쪽으로 연결되는 후문이 있더군요. 한옥마을을 거치는 것 보다 더 아늑한 산책길로 기분 좋게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오후 2시반쯤 되었습니다.

 

   이제 차를 타고 황새바위로 이동합니다. 황새바위는 공주중학교 건너편 가톨릭 성당과 함께 위치하고 있었는데요. 천주교 대전교구의 천주교 성지 중 한 곳이라고 하네요. 조선후기 천주교에 대한 박해로 많은 분들이 순교한 장소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방문객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조성해 놓은 '십자가의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있고 그 중 한 나무의 주위를 따라 엄청나게 많은 십자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을 조금 지나니 큰 바위 하나가 있고 다른 바위들이 여럿이 빙둘러 세워져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이것이 '황새바위'인가 싶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세워져 있는 바위 하나 하나에 박해로 숨진 당시 가톨릭 신자들의 이름과 세례명 나이 등이 새겨져 있더군요. 안타까운 것은 이름도 세례명도 없이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윤 서방' '이한교의 누이' 등이 있었다는 것과 불과 10살의 어린 나이에 순교한 사람도 보였다는 것... 종교란 참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순교자분들의 굳은 의지와 신념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주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부여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운 우리는 저녁식사만큼은 부여의 맛집에서 제대로 먹어보리라 결의를 다지며 부여로 향했습니다. 물론 그만큼의 출혈은 감수를 해야 겠지요. 부여 맛집 소개와 부여 여행지 탐방은 다음 포스팅에 잇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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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난 해부터 매년 한번씩은 봄이나 가을에 아들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을 해 오고 있는데요. 지난 해에는 봄에 가평쪽 카라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에는 드디어 이번에 가을 여행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다음달에 2박 3일 일정으로 여수를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로 아들과 의기투합을 하고 오늘 저녁에  KTX 기차표와 숙박시설을 예약했습니다. 비록 아침 일찍 떠나는 15% 할인표를 사고 저렴한 경제형 숙소를 잡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습니다. 아,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하네요.

KTX 예매표

 

   내친 김에 여행 기간 동안 돌아볼 관광지와 먹을 음식들에 대한 대충의 목록을 잡아 보았습니다.

   ○ 돌아볼 장소

  • 자산 공원
  • 엑스포지역 - 아쿠아 플라넷 / 빅오쇼(저녁시간) / 스카이타워
  • 해상케이블카(저녁 or 야간) / 돌산 여수야경
  • 진남관 / 이순신 광장 / 천사벽화골목 (도보 이동)
  • 오동도 (음악분수)
  • 해양 레일바이크
  • 여수 미남크루즈

   ○ 먹어볼 음식

  • 추어탕 (선옥식당)
  • 간장게장 (고향민속식당)
  • 삼겹살 or 갈비 (녹원식당)
  • 회 / 낙지말이 - 팔도횟집
  • 서대회무침 / 생선구이 - 광장미가

   대충 일정 상 (자금만 된다면... ) 음식은 다 먹어볼 수 있을 듯 한데, 돌아볼 장소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가장 중요한 기차표와 숙박 예약이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차분히 세부 일정 계획을 짜 보고 입장권을 미리 예매하면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게 있나 클릭 품을 좀 팔아 봐야 겠습니다. 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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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에 가을 주말을 맞아 처형네 부부가 저희 집에 와서 저희 가족과 함께 인근 갯골 생태공원에 가을 나들이를 갔습니다. 지난 주말 만큼만 날씨가 화창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제 짙게 드리워져 있던 미세먼지가 조금은 남아 있어, 약간은 뿌연 느낌이 나는 토요일이었습니다. 정오 무렵에 도착해서인지 아직 사람과 차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잔디운동장 한 켠에는 다음주 화요일에 녹화를 진행한다는 KBS 열린음악회의 무대로 보이는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싸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가을 햇살은 따스했고 걸으면 약간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이런 조형물들은 아이들이 타고 놀기 좋아하는 것들인데 아직 한산하네요.

 

   염전체험과 소금창고를 둘러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 곳이 예전에는 갯벌지역으로서 염전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 오른쪽 중간 쯤에 스크류 원통 모양의 구조물이 보이시나요? 바로 공원 전망대라고 합니다. 오늘 산책의 목적지는 저 곳입니다.

 

   옛 갯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도 남아 있습니다. 마치 바닥을 드러낸 강 같군요.

 

   이런 산책로도 만들어 놓았네요. 나무만 더 우거지면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손색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꽤 넓군요. 헥헥…

 

   드디어 목적지인 전망대가 눈앞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삐뚜루 찍었나?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보이네…?

 

   전망대 부근에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그 너머에 보이는 인천 쪽을 사진에 담아 봤습니다.

 

   전망대 지층(1층)에는 이런 큐브 모양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네요.

 

   꼭대기에 올라가 보이는 전망을 사진에 담습니다. 인천 쪽이구요…

 

   장곡동, 장현동 방면…

 

   아까 사진에 담았던 염전 체험장과 소금창고 전경입니다. 앞쪽으로 여름에 수영장으로 쓰이는 곳도 눈에 들어 오네요.

 

   잔디공원 옆으로 흐르는 갯벌이 마치 강물 같습니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눈에 띈 물고기 조형물 사진을 한 컷 더 찍어 봤습니다. 안녕~ 물고기야. 난 이제 아들과 야구놀이, 배드민턴 놀이 하러 가야 한단다. 나중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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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처럼 한가로이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는데, 연비 관련 기사(ⓒ한겨레)가 하나 보였다. 이 기사에 의하면 기아차 2010형 모닝 1.0 수동 모델이 연비 21.2Km로 1위라고 지경부에서 발표했단다. 상기 차종은 자동모델 중에서도 연비 18.0Km로 최고(전체3위)란다. 물론 올해 상반기에 나온 차량들 이야기지만, 4년 된 우리 집 모닝도 정말 자~알 나간다. ㅋ

 

주초부터 충남 천안시 병천면(병천순대의 그 병천 맞다.)에 소재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한기대)로 집체 연수교육을 매 평일마다 9시부터 18시까지 들으러 다니고 있다.

한기대에서 생활관(기숙사)를 제공(유료)하는데, 최신식 시설로 지어져서 정말 좋다고 동기 선생님들이 전한다. 그러나 가족들이나 나나 서로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고, 서진이를 위해서도 아빠가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왕복 200 Km가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기로 결심하였다.

지각해도 연수 성적에 감점이 되기 때문에 아침에 피말리면서 운전해 가고 있는데, 가속페달도 정말 세게 밟게 된다. 그러면서 한쪽 뇌는 항상 ‘아, 기름 값…’.

출퇴근 하시는 동료 분들이 몇 분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수도권 등 원거리에서 승용차로 다니시는 분은 아마 나 말고 없는 듯 하다.  내가 이렇게 무리하게라도 다닐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모닝이라는 경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간의 톨비, 주유금액 등을 오늘 온라인 차계부에 정리하면서, 자동 계산된 연비를 확인해 보니, 최근 연비가 리터당 17.5Km가 조금 넘게 나왔다. 만약 서진엄마가 모닝을 가지고 다니고, 내가 스펙트라를 천안에 가지고 다녔다면, 약 10Km의 연비가 예상되므로 주유비용이 1.7배 이상 늘었을 것이다. 게다가 톨게이트비용도 50%할인이 안되므로 매일 2배를 내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길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운전하느라 시간도 버리고 생활관에 있는 것 보다 비용도 좀 더 들고 몸도 고달프지만, 생활관 비용보다 조금 더 들여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오늘 모닝에게 감사한다.

모닝아, 내 비록 최악의 승차감이라고 매일 투덜대지만, 경제성은 네가 정말 최고야~.

아, 그런데 1가구 1경차 조건에 못 들어가서, 모닝 유류세 경감 혜택을 못받는 건 참 아쉽네. 헐

P.S.) 이 글은 개인 블로그 및 가족 팀블로그에 동시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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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드디어 나도 이제 블로거로서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티스토리와 함께...
  집에 있는 낡은 컴퓨터에 설치해 놓은 리눅스 서버에 텍스트 큐브도 설치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설치형은 서버관리를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이 너무 든다. 메일서비스도 구글을 통해 받고 있어 스팸 등을 걱정할 필요 없이 만족하며 쓰고 있는데, 블로그도 이렇게 설치형 블로그의 장점을 거의 살린 가입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줄 왜 이제 알았던가...

  아무튼 이제 나도 블로거다. 나는 이 공간을 통해 아래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1. 사랑하는 내 가족인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 나아가려 한다. 특히 이제 17개월인 아들에게 해 주고 싶고 남겨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담히 적어 놓는 공간으로 삼으려 한다.
  2. 내 관심 분야와 잡동사니의 이야기들을 써 놓을까 한다. 좋아하는 노래랄지, 음반이랄지, 리눅스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랄지... 그날 그날 내가 즐겼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3. 세상 사에 대한 내 나름의 가치 판단, 내 견해 등,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해 나아갈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실행을 못하고 있었던 블로거로서의 입문을 결정적으로 실행시켜준 부분이다. 한 주 전 쯤, 내 오랜 친구들과의 평일 과음 속에서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약속했던 부분들... 그 친구들은 지금 그 약속들을 하나 씩이라도 이행해 가고 있는 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야 겨우 하나 이행하고 있는 거다. 우리 비록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블로그 등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보자고 했던 그 작은 약속을...

  아마도 나는 이곳을 매일매일 채워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루하루 일상속의 업무 목표와 개인 삶의 목표도 달성하기 버거워하는 인생인지라... 그러나 정말로 꼭 남기고 싶은 일들이 생길 때가 있으리라. 나중에 글로 남기지 못하고 후회할 일 생기지 않게 꼭 기록으로 남겨, 소중한 내 인생 후반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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