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창 가요와 팝송에 눈떠서 여러 음악을 접하기 시작하고, 카세트테이프나 LP 음반을 구입하면서, 어떤 음반들은 타이틀 곡 한 두곡을 듣고 접은 음반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음반들은 이상하게 전체 앨범을 반복해서 들으며 위안이 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하였으며, 아니 그냥... 그냥 이유 없이 좋은, 듣기 좋은 음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음반이 함께 음악을 듣던 친구들과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심지어는 매년 연말마다, 무슨 전문가라는 분들의 조사를 거쳤다는 대한민국 100대 명반이니 하는 발표를 볼 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언더그라운드 포크/락 계열의 음반들 위주로 가득 채워진 명반 순위표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과 전혀 관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발라드도 좋아하고 뽕짝도 좋아하는데...

   생각의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기호가 달라 알려진 맛집도 내가 가서 먹어보면 별로이듯, 명반(名盤)이 라는 것도 내가 들어서 졸리면 그건 아닌 거다'

   그래서 기획해 봤습니다. 이름하여 '내 맘대로 명반' 시리즈... 연말 100대 명반에 들지 않아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반은 아니더라도... 아니, 심지어는 전문가 혹은 음악 좀 듣는 다는 분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음반일지라도, '내가 듣기 좋고 내가 좋아하면 그게 바로 명반'이라는 생각으로 이 연속 기획 포스팅을 해 나갑니다.

 

[내 맘대로 명반(名盤)] 제 2탄

 

조용필 4집 (1982.05.17)

 

   이 앨범은 제 기억에 1990년대, 2000년대 평론가들의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었던 음반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소위 '대한민국 100대 음반' 식의 순위를 매기는 행사가 주로 연말에 많이 있었는데요. 평론가들에 따라 이 앨범이 전혀 순위에 들지 못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그의 개인 명반 순위 1위에 올려 놓기도 한 그런 음반이었습니다. 이 앨범을 제 두번째 [내 맘대로 명반]에 소개하는 것은 제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아, 물론 이 앨범이 제 No. 1 이라는 이야기까지는 아닙니다.)

조용필 4집 앨범 재킷 전면조용필 4집 앨범 재킷 전면입니다. (원본 : maniadb.com)

   당시, 조용필의 음반을 이런 순위에 넣는다면, 1집 한 장, 더 들어가면 7집 정도까지만 꼽는 분들이 많았어요. 1집은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1980년대를 규정하는 상징적인 대중음악가로 각인시키고, 1980년대의 대한민국 음악 조류의 방향을 설정하게 했다는, 대중음악사에서의 '기념비적인' 위상때문이겠지요. 그런가하면, 7집은 비로소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트로트'라는 굴레를 벗어나,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록 장르를 온전히 전면에 내세운 앨범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당대 평론가들이 중시하던 요소들인 대중음악사에서의 위상, 장르적 일관성 등을 이 4집 앨범은 갖추지 못하였지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이 명반에 오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은 동요에서부터 록, 발라드, 성인 가요(어덜트 컨템퍼러리) 뿐만 아니라, 트로트, 심지어는 민요(라이브 메들리)까지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이렇게 앨범을 구성하고 싶은 건 차치하고, 이렇게 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대중가수가 있(었)는지를...

   이 앨범이 발매될 무렵의 조용필이라는 가수는 5세 꼬마들부터 7~80대 어르신들까지 대한민국의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을 받는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가수였습니다. 이런 가수는 그 전에도 나오기 힘들었을뿐 아니라, 음악적 취향의 분화가 심해지는 요즘 세대 이후 앞으로도 거의 절대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가수였던 것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이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을 담아낼 수 있는 이런 4집과 같은 음반은 대중음악사에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조용필은 이 앨범을 기획하면서, 이렇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을 골고루 수록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조용필에 빨대 꽃고 있던) 지구레코드사의 트로트에 대한 요구는 집요했겠지요. 트로트 장르가 음반 판매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던 시대였으니까요. 조용필은 전작 「고추잠자리」에서의 대중적인 성공으로 음반사 측의 이러한 요구를 최소화 시켜가고 있었고, 이 앨범에서는 트로트 넘버를 「보고 싶은 여인아」라는 곡 하나만 수록합니다. 이 곡은 어덜트 컨템포러리 계열의 리메이크곡 「산장의 여인」, 우리 민요를 '위대한 탄생'과 함께 접속곡으로 연주한 라이브 「민요메들리(81 해운대 비취페스티벌 실황)」과 함께 당시 어르신들의 귀를 즐겁게 해 드리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엄청난 유지비가 들어가는 당대 최고의 세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당시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민요 연주였습니다. 팔순 잔치에 내놔도 손색없는 밴드였죠.)

   반면, 파격적으로 동요를 트랙에 수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한정동 작시 윤극영 작곡의 「따오기」인데요. 당시는 신군부의 정책상 의무적으로 (다른 사람이 부른 곡이라도) 건전가요 1곡씩을 넣어야 했던 시절입니다. 조용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그는 3집의 「오빠생각」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 4집에서도 '건전가요의 참신한 역발상'을 시전합니다. 바로 이 건전가요를 직접 불러, 어린이들을 위한 트랙으로 활용한 것이지요. 역시, 파격적 수록곡인 '어린이(를 위한) 가요' 개념의 「난 아니야」와 함께 당대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따오기」가 유아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 소녀 취향의 곡 「난 아니야」는 청소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같은 반 여자 아이가 교우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에, 이 「난 아니야」를 불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또한, 전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대중성을 지닌 (초기) 발라드 계열의 노래들도 갖추어 놓았는데, KBS2 TV 동명의 드라마 주제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록발라드 넘버 「꽃바람」도 수록해 놓았으며, 4집 앨범하면 「못찾겠다 꾀꼬리」와 함께 대표곡이 된 「비련」이 있었습니다. 이 「비련」은 앨범의 거의 끝[각주:1] 부분에 수록되어 있고, 4집 프로모션에서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워낙 조용필의 가창력이 돋보이고, 노래가 좋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5집이 발매되고 난 뒤에 전국민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 오히려 5집의 팝락 계열의 타이틀곡 「나는 너 좋아」 프로모션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차트 역주행'을 했다고 할 수 있지요. 바로 그 '기도하는~ (꺄아아아악~)'이 제목보다 더 유명한 그 곡입니다. (「비련」에 관하여는 조용필의 사람됨을 알 수 있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 글의 작성 방향과 맞지 않아 링크로 대신합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왜 조용필이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딴따라가 아닌 존경받아야 할 시대의 귀감이자 아티스트인지를 알려 줍니다.)

조용필 4집 L/P 앨범 재킷 뒷면조용필 4집 L/P 앨범 재킷 뒷면입니다. (원본 소스 : maniadb.com)

   이렇듯 조용필 4집의 '버라이어티'는 앨범의 흠결이 아닌, 조용필만이 가능한 능력의 발휘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이 음반의 개별 수록곡들이 가지는 음악적 성취와 사회적 메세지입니다.

   조용필은 이 앨범에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과 함께 「자존심」이라는 록 넘버를 수록하는데, 이 곡은 서양에서 넘어온 록이라는 장르가 조용필이라는 한국의 로커를 만나 (단순한 서양 록의 흉내가 아니라) 어떻게 '한국의 록'으로 거듭나는가를 들려 줍니다. 음악의 기초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드럼의 비트부터가 다릅니다. 아니, 차라리 「자존심」의 드럼은 '비트'를 치지 않고 아예 '(굿거리)장단'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마치 꽹가리로 드럼의 하이햇을 대신 연주하고 있나 착각하게 되죠. 여기에 국악에서 차용한 한국적 락 멜로디를 접목하여 서양의 록 사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사운드를 들려 줍니다. 조용필의 탁성은 1집에서 「대전브루스」를 재취입할 때 썼던 탁성(저는 사실 이 곡의 탁성을 일본 엔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과는 다른 '판소리적' 매력을 발산합니다. 한 곡 안에서 탁성, 가성, 본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보컬은 쉽사리 흉내내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알려주지요. 그리고, 엄청난 대중적 사랑을 받은 타이틀 곡 「못찾겠다 꾀꼬리」는 경쾌한 팝락 계열의 음악임에도, 그 장르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한국적 정서가 뿜어져 나오는 곡입니다. 역시 우리 '장단'에 베이스 리듬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어른들의 '동심'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가삿말이 조용필의 진성, 두성, 가성과 어우러져 어린이, 젊은이들뿐 아니라, 장년층에 까지 고른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이 두 곡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한국적 록' 음악이 완성단계에 와 있음을 알려 주는 곡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4집 앨범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사회적 메세지'를 들었을 때, 혹자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황당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사실 그 담고자 했던 사회적 메세지는 당시 서슬퍼런 신군부의 5공화국 치하 공연윤리위원회의 숱한 '가위질'로 인해 훼손되고 도저히 원 뜻을 알 수 없는 상징과 은유로만 채워졌다고 하니까요.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바로 「생명」이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앨범이 준비되던 1982년 초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TV와 신문에서는 '북괴 간첩과 용공분자들이 사주한 광주폭동'을 우리 군 공수부대 등이 '진압'에 성공한 것으로 보도하던 시절, 그 진상(眞狀)은 당국의 눈을 피해 비공식적인 유인물, 영상 등으로 몰래 전해지던 시절이었다고 하죠. 당시 조용필은 '광주학살'의 실상(實狀)을 전해 듣고 그 분노를 노래로 표출하고자 합니다. 그는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던 전옥숙 여사와 함께 (김지하씨의 글로 알려진) '생명'을 가사로 다듬어 곡을 만들고 취입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반복되는 심의 반려로 인해 전옥숙여사가 가사를 대폭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김원중의 「바위섬」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아무도 그 참뜻을 알 수 없었을 것은 당연했습니다. 알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작사/작곡자를 제외하고) 아마 김지하씨 밖에 없었겠지요. 김지하씨가 옥중에서 이 노래를 듣고, '조용필이란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해 했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각주:2]

   이제 정리를 위해 요약하자면, 조용필 4집이 가지는 의의는 각 수록곡이 가지는 음악적, 사회적 가치들과 함께 조용필만이 할 수 있는 전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전 장르에 대한 커버리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장르적 다양성으로 인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가치가 바로 특정 장르에 대한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적으로 말해, 전 세대를 만족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세대도 만족할 수 없는 최악의 '짬뽕' 앨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용필도 아마 그러한 고민들을 했을 것이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록과 발라드 음악을 위주로한 젊은 층을 위한 앨범인 7집과, 어르신들을 위한 트로트와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메인으로 하는 8집이라는 명반들로 나타났을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함께 기획되어, 약 반 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연달아 발표된 이 두 앨범에서 본인이 작곡에 집중한 「어제, 오늘 그리고...」,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로 젊은이들의 열광을 얻고, 명망있는 작사/작곡가들에게 작품을 부탁한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으로 중 장년층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이 두 앨범들도 언젠가 제 포스팅에 소개가 될 날이 오겠지요. [내 맘대로 명반]이니까요.

 

트랙 정보

(CD 수록 순서에 따름)

1982년  5월   17일 발매 정규앨범
LP 지구레코드 JLS 120-1706
CD 지구레코드 JCDS 0092

녹음기사 이태경
Guitar 곽경욱 / Drums 이건태 
Moog & Piano 김청산 / Bass Guitar 김택환 

 

1. 못 찾겠다 꾀꼬리

작사 : 김순곤, 작곡 : 조용필

 

2. 생 명

작사 : 전옥숙, 작곡 : 조용필

 

3. 꽃바람

작사 : 양근승, 작곡 : 조용필

 

4. 따오기

작사 : 한정동, 작곡 : 윤극영

 

5. 난 아니야

작사 : 김순곤, 작곡 : 조용필

 

6. 보고 싶은 여인아

작사 : 임석호, 작곡 : 임석호

 

7. 자존심

작사 : 조종순, 작곡 : 조용필

 

8. 산장의 여인

작사 : 반야월, 작곡 : 이재호

 

9. 비 련

작사 : 조용필, 작곡 : 조용필

 

10. 민요 메들리

새타령 / 남원산성 / 성주풀이 / 진도아리랑

 (1981 해운대 비취페스티벌 실황) 

 

(원본 소스 : choyongpil.net)


  1. 조용필 4집 앨범 트랙의 배열 순서는 당초에 나온 L/P, 카세트테이프와 나중에 나온 CD가 차이를 보입니다. L/P, 카세트 테이프에서는 「비련」이 「자존심」뒤의 B면 세 번째 곡임에 반해, CD에서는 「산장의 여인」의 뒤에 나오는 아홉번째 트랙입니다. [본문으로]
  2. 강준만 著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4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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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uerain

   어린 시절 한창 가요와 팝송에 눈떠서 여러 음악을 접하기 시작하고, 카세트테이프나 LP 음반을 구입하면서, 어떤 음반들은 타이틀 곡 한 두곡을 듣고 접은 음반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음반들은 이상하게 전체 앨범을 반복해서 들으며 위안이 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하였으며, 아니 그냥... 그냥 이유 없이 좋은, 듣기 좋은 음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음반이 함께 음악을 듣던 친구들과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심지어는 매년 연말마다, 무슨 전문가라는 분들의 조사를 거쳤다는 대한민국 100대 명반이니 하는 발표를 볼 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언더그라운드 포크/락 계열의 음반들 위주로 가득 채워진 명반 순위표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과 전혀 관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나는 발라드도 좋아하고 뽕짝도 좋아하는데...

   생각의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기호가 달라 알려진 맛집도 내가 가서 먹어보면 별로이듯, 명반(名盤)이 라는 것도 내가 들어서 졸리면 그건 아닌 거다'

   그래서 기획해 봤습니다. 이름하여 '내 맘대로 명반' 시리즈... 연말 100대 명반에 들지 않아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반은 아니더라도... 아니, 심지어는 전문가 혹은 음악 좀 듣는 다는 분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음반일지라도, '내가 듣기 좋고 내가 좋아하면 그게 바로 명반'이라는 생각으로 이 연속 기획 포스팅을 해 나갑니다.

 

[내 맘대로 명반(名盤)] 제 1탄

 

Acoustic Collabo 1집 『Unplugged』 (2011.10.10)

 

   이 음반을 고르고 나서 ‘내 맘대로 명반’ 시리즈의 기획 의도에 어울리는 음반인가를 자문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 음반이 Acoustic Collabo라는 팀을 대중적인 뮤지션으로 만들어 준 음반이지만, 주류음악은 아니고, 포크 재즈 계열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라는 측면에서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이 더 돋보이는 음반이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근 몇 년간 100대 명반이니 뭐니 하는 것을 발표하는 걸 본 적은 없고, 이 팀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공연을 위주로 하는 팀들에 대하여 제가 잘 아는 바가 없고, 그나마 이 앨범과 이 팀의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제게도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편견 없이 그냥 제가 좋아서 선정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어쿠스틱 콜라보 정규 1집『Unplugged』앨범 표지

   『Unplugged』 앨범 제작 당시엔, 기타연주와 프로듀싱, 작/편곡등을 담당한 리더 김승재, 그리고 보컬리스트 안다은으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원래는 김승재가 주축이 되어 객원 여성 보컬을 초빙하는 방식의 프로젝트 팀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들의 데뷔 음반 격인 첫 번째 미니 앨범 『Love Is The Key』가 나올 무렵에는 한지선이라는 분이 여성 보컬이었고,  채지연, 정진하 등의 여러 여성 보컬들이 첫 미니 앨범과 이후의 디지털 싱글, 그리고 각종 공연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객원보컬이 갖는 한계는 공연 때마다 보컬이 바뀌고 일정 조정이 안되어 펑크도 날 수 있는 것이었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우리가 잘 아는 보컬리스트 안다은씨가 정규 맴버로 참여하게 됩니다. 음반으로 보면, 안다은씨는 이 1집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에 이 앨범의 수록곡이기도 한 『한여름밤의 꿈』 디지털 싱글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어쿠스틱 콜라보 첫 2인조 정규멤버 김승재 안다은어쿠스틱 콜라보의 첫 2인조 정규멤버인 김승재씨와 안다은씨입니다.

   이 1집 정규 앨범은 『한여름밤의 꿈』 디지털 싱글이 나온 뒤 약 3개월 뒤에 출반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곡은 기존에 발표된 미니앨범과 디지털 싱글을 모아서 수록된 것이었고, 추가된 신곡은 첫 번째 트랙인 「Prologue」, 네 번째 트랙 「그대와 나, 설레임」, 여섯 번째 트랙 「My Foolish Heart」 뿐이었습니다. 첫 번째 트랙은 인트로 뮤직이고, 여섯 번째 트랙은 유명한 팝재즈 넘버의 리메이크이므로 실질적인 신곡은 네 번째 트랙이 유일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 트랙 「그대와 나, 설레임」이 기대를 넘어서는 히트를 하며 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1집 정규 앨범의 특징으로 인해 이 앨범은 이들 음악의 주축으로서의 김승재의 화려한 기타 테크닉이 어쿠스틱 재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음악적 중심을 잡아 주면서, 다채로운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음색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어우러져 다른 뮤지션들에게서 볼 수 없는 어쿠스틱 콜라보만의 매력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 시기의 어쿠스틱 콜라보는 그야말로 팀 이름 ‘Acoustic Collabo’에 걸맞는 음악적 색채를 가지던 시기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각 곡별 Credits

 

1. Prologue (0:50)
작곡: 김승재 / 편곡: 김승재
코러스: 소울맨 / 녹음: 장민 / 믹스: 홍성준

2. 사진 (3:40)
작곡: 김승재 / 작사: 김승재 / 편곡: 김승재
코러스: 소울맨 / 녹음: 장민 / 믹스: 홍성준

3. Waiting for U (3:13)
작사: 윈드밀 / 작곡: 윈드밀, 김승재 / 편곡: 김승재
하모니카: 권병호 / 보컬: 채지연 / 녹음: 심소연 / 믹스: 홍성준

4. 그대와 나, 설레임 (3:36)
작곡: 윈드밀 / 작사: 윈드밀 / 편곡: 윈드밀
코러스: 소울맨 / 녹음: 김한별, 장민 / 믹스: 홍성준

5. Forest (4:06)
작곡: 김승재 / 편곡: 김승재
녹음, 믹스: 임진선

6. My Foolish Heart (3:52)
작곡: YOUNG, VICTOR / 편곡: 이윤석
피아노: 송지혜 스트링: 융스트링
녹음: 김한별 / 믹스: 홍성준

Original Title: MY FOOLISH HEART
Original Writer: YOUNG, VICTOR / WASHINGTON, NED
Original Publishers: CHAPPELL & CO.
Sub-Publisher: Warner/Chappell Music Korea Inc.

7. 한 여름 밤의 꿈 (3:42)
작곡: 윈드밀 / 작사: 윈드밀 / 편곡: 윈드밀
코러스: 소울맨 / 녹음: 김한별 / 믹스: 홍성준

8. Love Valentine (3:02)
작곡: 김승재 / 작사: 이윤석 / 편곡: 윈드밀, 김승재
피아노: 심태현 / 드럼: 김승호 / 베이스: 한가람 / 코러스: 소울맨
녹음: 김한별 / 믹스: 홍성준

9. Promise (3:50)
작사: 김승재 / 작곡: 김승재 / 편곡: 김승재
코러스: 소울맨 / 보컬: 채지연 / 녹음: 심소연 / 믹스: 홍성준

10. My Dear (3:16)
작사: 김승재 / 작곡: 김승재 / 편곡: 김승재
보컬: 한지선 / 녹음: 심소연, 김한별 / 믹스: 홍성준

11. My one and only love (2:51)
작곡: Guy Wood, Robert Mellin / 편곡: 김승재
보컬: 정진하 / 녹음: 김한별 / 믹스: 홍성준

Original Title : My One and Only Love
Original Writers : Guy Wood / Robert Mellin
Original Publisher : Sherwin Music Publishing Corp / EMI Music Publishing Ltd
Sub-Publisher : EMI Music Publishing Korea

12. Ocean (2:23)
작곡: 김승재 / 편곡: 김승재
녹음, 믹스: 임진선

13. Sweet Love (3:12)
작곡: 윈드밀, 김승재 / 작사: 감성현 / 편곡: 윈드밀, 김승재, 심태현
피아노: 심태현 / 드럼: 김승호 / 베이스: 한가람 / 코러스: 소울맨
녹음: 김한별 / 믹스: 홍성준

14. My Foolish Heart (Inst.) (3:52)

15. Sweet Love (Jazz ver.) (3:12)
피아노: 심태현

(원본 소스 : Maniadb)

   첫 번째 트랙 「Prologue」는 상큼한 기타 리듬에 손뼉을 치는 듯한 경쾌한 비트, 그리고 안다은의 허밍과 소울맨의 코러스가 만나 기분 좋은 앨범의 시작을 알립니다.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인트로 음악입니다.

   두 번째 트랙 「사진」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사진을 통해 떠올리는 내용의 가사인데 비교적 힘있고 경쾌한 기타 터치로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승재의 주법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물론 안다은의 허전함과 애련함이 묻어 나오는 듯한 음색이 있기에 가능했겠지요. 전작(前作)인 『한여름밤의 꿈』 디지털 싱글에서 처음 소개되어 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 번째 트랙 「Waiting for U」는 사랑이 지나간 후의 아픔이 담담한 톤의 보컬에 실려 전해지며 후주 부분의 권병호씨의 하모니카는 듣는 이에게 헛헛한 여운을 안겨 줍니다. 채지연씨가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곡이라고 하는데요. 데뷔 미니앨범을 안 들어 봐서 그 동일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감정을 절제한 듯한 창법이 이 곡과 잘 어울리는 음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다은씨의 호소력 있는 창법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네 번째 트랙은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그대와 나, 설레임」이라는 곡입니다. 이 곡은 이 앨범을 프로듀싱한 윈드밀의 작품으로서, 이 앨범 전체적인 코러스를 맡아 준 보컬리스트 소울맨이 안다은씨의 듀엣 파트너로 참여한 곡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듀엣이 아닌 featuring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김승재의 상큼한 기타 주법과 청아한 안다은의 보컬, 그리고 소울맨의 감성적 음색이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는 예비 연인들의 설레임(요즘 용어로 썸탄다고 하나요?)을 절절히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트랙은 「Forest」라는 곡으로 기타 연주 이외에는 보컬도 등장하지 않고 다른 악기도 등장하지 않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곡입니다. 김승재가 작곡하고 기타 편곡하여 연주한 김승재에 의한 김승재의 곡이지요. 평온하고 잔잔한 기타의 선율 속에 빠져들다 보면, 따스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청량한 숲 속을 거닐며 숲이 주는 신선한 공기와 분위기를 맘껏 누리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듭니다.

   여섯 번째 트랙 「My Foolish Heart」는 1949년 동명의 헐리우드 영화와 함께 발표된 곡을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앞의 트랙은 김승재의 독무대였지만, 이 트랙에 김승재가 참여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쿠스틱 기타가 빠져 나간 자리는 피아노와 현악(스트링)만이 연주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애절함이 듬뿍 묻어 나는 안다은의 보컬이 가미되어 클래시컬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피아노와 첼로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 곡이지요. 반주만으로도 아름다운 곡이라고 제작자들도 생각해서였을까요? 뒤에 연주곡(MR)으로도 수록된 곡입니다. (현악단 부르는 비용이 워낙 高價여서 아까운 마음에 재탕 수록한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일곱 번째 트랙 「한 여름밤의 꿈」은 꿈결처럼 지나간 사랑을 그리며 아파하는 마음을 안다은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곡입니다. 김승재는 그저 튀지 않는 조력자로서의 반주를 들려 주며, 소울맨의 코러스도 이와 비슷하게 안다은의 보컬을 뒷받침해 줍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전형적인 발라드로서, 최근의 어쿠스틱 콜라보(현 이름 디 에이드)의 음악적 성향과 맞닿아 있는 곡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덟 번째 트랙 「Love Valentine」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에 다시 용기를 내어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을 경쾌한 리듬에 실어 노래하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 『Valentine Makes Sweet Love』에 수록되었던 곡으로서, 보컬이 안다은씨가 아닌 다른 분으로 추정되는데, 누구인지는 현재 알 수 없습니다.

   아홉 번째 트랙 「Promise」는 떨어져 있는 연인과 함께할 시간을 그리며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가진 깔끔한 느낌의 곡입니다. 채지연씨의 보컬이 순수하고 담백한 곡의 느낌을 잘 살려 주고 있네요. 마치 1980년대, 90년대의 장필순씨의 보컬을 듣는 듯한 착각을 주는 곡이었습니다.

   열 번째 트랙 「My Dear」는 잃어 버린 사랑을 홀로 힘들어 하는 여인의 심정을 보컬리스트 한지선씨가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른 격정적인 보컬로 표현해 줍니다. 한 곡 안에서 이렇게 감정의 격차를 나타내면서 곡을 표현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닐텐데, 한지선씨의 보컬에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극대화 시키는 힘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곡에 따라 적절한 보컬을 초빙하는 여성 객원 보컬 시스템의 장점이 잘 묻어 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열한 번째 트랙 「My One And Only Love」은 Guy Wood, Robert Mellin의 유명한 재즈 곡을 어쿠스틱 콜라보만의 감성으로 재탄생 시킨 넘버입니다. 김승재의 기타 편곡은 어쿠스틱 기타 재즈의 진수를 보여 주며, 객원 싱어 정진하의 재즈 보컬 실력 또한 수준급이어서 원곡에 뒤지지 않는 어쿠스틱 콜라보 버젼만의 매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트랙은 「Ocean」이라는 곡으로서, 「Forest」와 같이 김승재의 기타곡 작/편곡 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곡입니다. 대양(大洋)의 웅장함과 격랑(激浪)의 거칠음을 현란한 기타 주법으로 표현해 냅니다.

   열세 번째 트랙 「Sweet Love」는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고백하려는 마음을 재즈 피아노의 선율에 담아 달달하게 녹여내고 있는 곡입니다. 역시 디지털 싱글 『Valentine Makes Sweet Love』에 수록되었던 곡으로서, 보컬이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열네 번째 트랙 「My Foolish Heart (Inst.)」과 열다섯 번째 트랙 「Sweet Love (Jazz ver.)」은 보컬 수록곡들의 MR을 수록한 곡들입니다.

   지금까지 Acoustic Collabo의 정규 1집 『Unplugged』 앨범 전 곡에 대한 리뷰를 해 봤습니다. 각 곡마다 정규 보컬 혹은 객원 보컬들의 음색과 곡이 잘 맞아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앞에서 잠시 뒤로 미루었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이 앨범은 「그대와 나, 설레임」의 대성공으로 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시발점이 됩니다. 이 앨범의 성공은 팀의 대중적 인지도, 특히 보컬 안다은씨의 인지도를 높이게 되는데요. 당초 팀의 주축이자 음악적 성향을 주도했던 김승재씨 못지 않게 안다은씨의 팀 내 입지가 강해지게 됩니다. 이후 꾸준히 '첫사랑 시리즈' 등 EP음반들을 발매하고 프로젝트 음반에 참여해 오면서, 「바람이 불어오네요」, 「사랑이 멀어져가」 등 주옥같은 곡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중에게 점점 더 다가가지만, 데뷔 시기의 어쿠스틱 재즈적인 감성은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대중 음악적인 성향이 차지하면서 절대적이었던 김승재라는 아티스트의 팀 내 존재감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안다은씨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2013년 김승재씨의 팀 탈퇴로 인해, 해산 위기를 맞지만, 해외에서 재즈기타를 수학(修學)한 유학파 우디 킴 (한국명 김규년)이 새 맴버로 참여하여 활발히 활동해 오다가 최근 소속사로부터 독립하여 디 에이드(The Ade)라는 새로운 팀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였다고 하네요. 최근의 음악들은 상당히 발라딕하고 감성적이고 대중음악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는데요.

어쿠스틱 콜라보의 두번째 정규멤버 안다은 우디킴어쿠스틱 콜라보의 두번째 정규멤버 안다은씨와 우디킴씨입니다. 이 분들은 현재 전 소속사에서 독립하여 The Ade 라는 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승재씨는 김승재씨대로 어쿠스틱 콜라보 탈퇴 후 유지인이라는 새 정규 여성 보컬을 맞아 멜로우스푼(Mellouspoon)이라는 팀으로 약 2년 여 활동하다가 여성 싱어의 탈퇴로 현재는 활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제 어쿠스틱 콜라보라는 원래 팀의 색채는 한때 김승재씨가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고 이를 노래로 표현해 주던 안다은씨 및 객원 여성 보컬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완성해 내던 이 시기의 음악들로 영원히 남게 되었네요. 특히 그것을 집대성하여 정규 앨범으로 모아 낸 이 『Unplugged』 앨범의 가치는 김승재씨가 이 프로젝트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이제는 다시 마주할 수 없기에 그래서 더욱 빛나는 명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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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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