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명상(冥想)사이] 제2편

들리는가 민중(民衆)의 노래 소리가?

(Les Misérables Cast 「Do You Hear The People Sing?」)

 

   프랑스의 대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1802~1885)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겸 정치인이었습니다. 영화 혹은 뮤지컬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소설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도 그의 작품이지요.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전 세계적 걸작인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도 뮤지컬, 뮤지컬영화 등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포스터 로고 이미지.

   저는 휴 잭맨, 러셀 크로 등이 열연한 뮤지컬 영화도 보고, 우리 나라 뮤지컬 배우들에 의해 우리 말로 공연된 뮤지컬 작품으로도 감상했습니다. 뮤지컬 배우들이야 워낙 노래 실력들이 출중하겠지만, 휴 잭맨이나 앤 해서웨이 등 헐리우드 스타들도 생각보다 꽤 잘하더군요. 그래도 원래 가수출신인 서맨사 바크스 (에포닌 역)의 「On My Own」같은 곡은 감정처리, 성량 등에서 다른 영화배우 출신들이 부른 곡들의 추종을 불허하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의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처럼 노래로도 길이 남을 명곡인 것 같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2012) 포스터.

   뮤지컬 혹은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하면, 떠 오르는 또 하나의 명곡이 있지요. 바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라는 곡입니다. 프랑스대혁명(1789년~1794년) 이후에도 굶주림 속에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야 했던 프랑스 민중들, 그런 와중에 혼란을 틈타 구체제인 왕정으로 복귀하는 지배계층... 그 지배계층과 결탁하여 민중의 고혈을 짜내 부를 축적하는 신흥 브루조아지... 프랑스 민중은 민중의 지지를 받던 라마르크 의원의 장례식을 계기로 왕정 지배계층과 브루조아지에 항거하는 봉기를 일으킵니다. 이를 프랑스 역사는 '6월폭동(1832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폭동'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민중 봉기는 많은 바리케이트를 쌓으며 끝까지 저항했지만, 총을 앞세운 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진압으로 인해 궤멸되고 맙니다. (성공했다면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요.)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2012) 민중 봉기 씬(Scene)의 한 장면.

   이 민중 봉기의 시기... 봉기의 지도부로 묘사되는 마리우스의 동지들이 한 명씩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뮤지컬 캐스트들의 합창으로 이어지는 대곡(大曲)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봉기의 캠패인송 격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곡의 특성상 캐스팅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합창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 감동이 더 크겠지요. 사실 뮤지컬이야 무대의 한계때문에라도 압도적인 군중의 숫자를 표현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뮤지컬을 영화화한 2012년의 작품은 생각보다는 봉기의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보여서 조금은 아쉬운 측면이 개인적으로는 있었습니다.

   이 곡의 가사를 음미해 보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반복되는 구체제(앙시앙 레짐, Ancien Régime)의 복귀와 거듭되는 민중의 봉기... 피로 쟁취한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있는 현실과 반복되는 민중들의 피폐함... 이것들이 비단 1800년대의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거의 1백년 동안 반복되었던 이러한 기나긴 과정의 끝에 프랑스 민중들이 왕정 세력과 귀족들을 모두 몰아내고, 공화정을 정착시키고, 브루주아 자본주의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의 균형점을 찾아내어, 오늘날의 선진국 프랑스를 만들어 왔다는 것입니다. 순간 순간의 역사에서 좌절과 패배와 허무한 구체제의 복귀가 자리하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인류 사회가 발전과 진보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바로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낙선 후, 지지자들과 선거운동본부 봉사자들에게 위로하며 건냈던 말들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 국민들이 좌절하고 있는 것들, 우리 사회가 쌓아 왔던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진 느낌... 이것들도 긴 호흡에서 보면, 짧게는 1987년 이후, 길게는 100년에 가까운 기나긴 노력 끝에 달성한 성과들의 일시적인 퇴보일뿐일 것입니다. 우리 안에 다시 자리잡은 이 앙시앙 레짐도 끝내는 사라지리라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 아니더라도요. 프랑스의 왕정이 끝내는 그랬던 것처럼...

 

 

Do You Hear The People Sing?[각주:1]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모두 함께 싸우자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누가 나와 함께 하나

Beyond the barricade
저 너머 장벽 지나서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오래 누릴 세상

Then join in the fight
자, 우리와 싸우자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자유가 기다린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Will you give all you can give
너의 생명 바쳐서

So that our banner may advance
깃발 세워 전진하라

Some will fall and some will live
살아도 죽어서도

Will you stand up and take your chance?
앞을 향해 전진하라

The blood of the martyrs
저 순교의 피로서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
조국을 물들이리라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너는 듣고 있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
분노한 민중의 노래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심장박동 요동쳐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릴 때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출처 : wilsonbaksa 님 블로그

 

 

 

 

  1. wilsonbaksa님에 의하면 가사의 한글부분은 영어 가사의 번역이 아닌 한국어판 뮤지컬의 가사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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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명상(冥想)사이]

제 1편 : 인생의 긴 여정을 노래로 되돌아 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와

미소라 히바리의 「川の流れのように」)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르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 보고,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좋든 싫든 의미를 가졌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삶이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 속을 지나가는 듯 느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불확실하게 '할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아직 그러한 경험을 해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대기를 다룬 서사적 소설이나, 일생을 다룬 영화 등 예술 작품속에서 인생의 여정을 마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주인공들의 삶에 감정이입되는, 그런 방식의 간접적인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여기 그러한 인생의 황혼기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가슴 벅차지만 잔잔하게, 스스로의 인생을 한 곡의 노래로 정리해 표현해 낸 것같은 동·서양의 두 명곡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스탠다드 팝 & 재즈 계열의 거봉,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명곡 「My Way」,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일본 쇼와시대를 대표하는 가수 미소라 히바리(美空 ひばり)의 명곡 「川の流れのように(카와노나가레노요-니 : 흐르는 강물처럼)」입니다.

   프랑스 원곡[각주:1]에 유명한 팝가수이기도 한 폴 앵카(Paul Anka)가 작사한 가사를 붙여 프랭크 시나트라가 1968년 말에 녹음하고 1969년 초에 발표한 「My Way」는 폴 앵카가 작사했지만 마치 프랭크 시나트라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덤덤하게 노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오랜 세월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음악생활을 해 온 한 거장의 퇴장을 암시하는 이 곡은 바로 그런 상황의 시나트라가 불렀기에 더 많은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미소라 히바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카 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스탠다드 팝 & 재즈 계열의 노래도 즐겨 부르던 미소라 히바리는 공연때에 이 「My Way」를 즐겨 불렀다고 합니다. 그녀도 이런 노래를 갖고 싶었을까요? 굴곡진 삶의 여정으로 보자면, 프랭크 시나트라에 비해 몇 곱절 이상이었을 미소라 히바리... 시나트라의 「My Way」가 탄생한 지 꼬박 20년 만인 1988년 말, 아키모토 야스시(秋元 康)가 작사한 「川の流れのように」를 취입하게 됩니다. 이 역시 인생을 구비구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하여 노래한 스탠다드 팝 계열의 명곡으로 미소라 히바리 사후 1990년대에 일본인이 사랑하는 명곡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한국의 미소라 히바리라고 불리우는 이미자 선생이 작곡가 박춘석 선생의 곡을 받아 「노래는 나의 인생」이라는 곡을 1990년대 초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두 노래에 비해 그 임팩트는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지요. 패티김 선생도 이미 은퇴했고... 저는 이제 음악 인생의 황혼을 건 명곡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국내 가수는 조용필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정열적인 음악 활동을 하고 계시니 먼 미래 이야기지요.

    아무튼, 아홉살 꼬마때 부터 반세기 동안의 히트곡을 집대성한 50여 곡의 베스트 음반을 모두 들은 후, 마지막 곡 「川の流れのように」를 들으며 그녀의 인생사[각주:2]를 다시 생각하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던 미소라 히바리처럼, 조용필도 그 언젠가에는 그런 명곡을 남겨주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그의 평생 동안의 베스트 음반을 들으며, 그의 인생사를 떠올리며 「My Way」,「川の流れのように」같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My Way

 

And now, the end is near.
이제 끝이 다가오는군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그리고 마지막 커튼도 내 앞에 있어
My friend, I'll say it clear.
내 친구여, 확실히 말해두지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나는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얘기를 할거야
I've lived a life that's full.
나는 바쁘게 살아왔지
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모든 고속도로를 다 달리면서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리고 더 중요한건
I did it my way.
난 내 방식으로 이걸 해왔다는 거야.

Regrets, I've had a few;
후회, 하기야 했었어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하지만, 말할거리가 있을 만큼 후회한 건 없어
I did what I had to do
나는 할일만을 했고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그리고 있는 그대로만을 지켜봐왔어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나는 정석만을 따랐고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걸어왔고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리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I did it my way.
난 그걸 내 방식대로 해왔다는 거야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knew
그리고 그런 때도 있었지. 아마 너도 알겠지.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그렇다고 걱정할 만큼 많은 것도 아니야
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하지만 그동안 남은 후회들은
I ate it up and spit it out.
다 씹어버리고 뱉어내었어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그 모든 걸 대면하고 그 앞에 꿋꿋히 섰어
And did it my way!
그리고 그 모든걸 내 방식으로 해왔지

I've loved, I've laughed and cried.
사랑했고, 웃었고, 울었지
I've had my fill my share of losing.
고생도 했고, 쉬엄쉬엄한 적도 있었지
And now, as tears subside,
이제 눈물이 말라가면서
I find it all so amusing.
난 그 모든게 재밌어 보이는 거야
To think I did all that;
그 모든 것을 내가 다 거쳐왔다는 것이
And may I say, not in a shy way,
그리고, 이렇게 말해도 될까,
"Oh no, oh no, not me,
난 안 그랬다고.. 난 당당하게
I did it my way"
내 방식대로 해왔어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남자로서, 그가 가진 것으로서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그 자신이 아니라면,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그는 그가 진짜 느낀 것들을 말해서는 안 되지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무릎꿇는 자의 목소리로 들려서는 안 돼.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세상이 내가 당당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And did it my way!
그리고 내 방식으로 해왔다는 것을.
Yes, it was my way...

소스 : gasazip님 블로그

 

川の流れのように
흐르는 강물처럼


知らず知らず 歩いてきた 細く長い この道
그저 모르는채 걸어왔네, 좁고도 긴 이 길을
振り返れば 遥か遠く故郷が見える
뒤돌아보니 저 멀리 고향이 보이네
でこぼこ道や 曲がりくねった道
울퉁불퉁한 길이나 구불구불 굽어진 길
地図さえない それもまた人生
지도 조차도 없는 그것 또한 인생이지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ゆるやかに
아, 흐르는 강물처럼 느긋하게
いくつも 時代は過ぎて
몇 세대의 시대가 흘러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とめどなく
아, 흐르는 강물처럼 하염없이
空が黄昏に 染まるだけ
하늘은 황혼에 물들어 갈 뿐이지

生きることは 旅すること 終わりのない この道
산다는 것은 길을 떠나는 것, 끝이 없는 이 길을
愛する人 そばに連れて 夢 探しながら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데리고 꿈을 찾아가면서
雨に降られて ぬかるんだ道でも
비에 맞아 질퍽거리는 길이라도
いつかは また 晴れる日が来るから
언젠가는 다시 맑은 날이 올테니까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おだやかに
아,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게
この身を まかせていたい
이 몸을 맡기고 싶어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移り行く
아, 흐르는 강물처럼 변해가는
季節 雪どけを待ちながら
계절 눈이 녹는 것을 기다리면서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おだやかに
아,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게
この身を まかせていたい
이 몸을 맡기고 싶어
ああ 川の流れのように いつまでも
아, 흐르는 강물처럼 언제까지라도
青いせせらぎを 聞きながら
푸르게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소스 : amongthespirits님 블로그

  1. 원곡은 1967년 프랑스의 팝인, Claude François의「Comme d'habitude」 (평소처럼)이라는 곡이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미소라 히바리의 부친이 김해 출신의 재일한국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유력한 지인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미소라 히바리 본인은 이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가수의 재능을 보이던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고, 본인도 짧은 결혼생활 후 오랜 독신의 외로움을 겪었으며, 1980년대에는 절친한 친구, 남동생, 어머니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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