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새, 한 방송사를 통해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왔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추진 선언을 하던 바로 그 날 저녁, JTBC 뉴스룸을 통해 최순실씨가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가 이 방송사 기자에게 입수 되어, 그 파일의 내용 중 일부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것이지요. 그동안 '국가서열 1위 최순실' 등 '설'로만 존재하던 사실들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렇게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온라인 실검 최 상위권에 하야, 탄핵 등의 단어들이 올라가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해외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고 있는  이 사태에 우리 국민들은 '부끄러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 시스템과 국민의 자부심은 사실상 심각한 붕괴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民'자는 우리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나타내 준다는데, 우리에겐 과연 대한민국의 '민'자를 국호에 달 자격이 있는 걸까요? 대한민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 [세상을 보는 눈]으로 살펴 봅니다.


1. 오늘의 대한''국 ...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일단, JTBC의 보도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대통령의 연설문' 사전 유출과 최순실의 '첨삭 수정'입니다. JTBC 기자에 의해 대통령의 연설문이 발표되기 전 최순실씨에게 전달되어, 최씨의 첨삭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발표하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통령 취임 전후부터 2014년 무렵까지의 파일자료가 공개된 겁니다. 이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이 신속한 '사과'를 했지요. 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 본인이 어려울 때 함께 해준 친분있는 지인에게' (연설문에 관한) 도움을 구했다'는 식의 1분 30초짜리 변명에 가까왔다는 게 세간의 평입니다. 이 정도 사과에서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하실 박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각 언론사마다 전직 공무원, 미르/K재단 전 임직원 등 최순실로 인해 쫒겨나거나 스스로 퇴직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줄줄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올지 걱정스러운 정도가 되었습니다.

박대통령 사과 발표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67441.html#csidxf225f0fae20d9448a6735347df8d1e4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속보도는 한겨레에서 접촉하고 있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인터뷰입니다. 지금까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 90%정도 된다고 하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한 근거자료를 녹취록, 각종 문서, 녹음 파일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JTBC도 이미 그 태블릿 PC에 연설문만이 아닌 민감한 외교문서, 국방관련 문서 등이 발견되었다는 보도를 했고,정밀 분석을 거친 후 추가적인 보도를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특정인의 주장에 불과한 '설'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지금, 아직 '설'들로 남아 있는 그 내용들에 근거가 뒷바침될 때, 그땐 어찌될까요? 어쩌면, 어제 대통령이 한 어정쩡한 '사과'는 본인에게 더 큰 독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최순실씨는 독일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열어, 박대통령의 '사과'에서 인정한 수준의 내용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른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데요. 이 분들의 기대와 달리, 언론에서 입수하였으나 그동안 차마 기사화 시키지 못한 이야기들이 민간에서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 의해 인용되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하고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최순실이 단독으로 대통령의 일에 개입한 부분도 있겠지만, 무속신앙에 바탕을 둔 '팔선녀'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어서 이들의 의견을 취합한 형태로 나라의 인사, 외교, 국방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박대통령에게 전달(차마 지시라고까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아직까지는요...) 해 왔다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었던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순실씨 인터뷰오늘(27일)자 아침 세계일보에 실린 최순실씨 인터뷰 기사

    우리 국민들이 자괴감을 갖고 도무지 얼굴을 들 수 가 없다는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단순히 사적 채널이 국정을 좌지우지한 것도 모자라 그 사적 채널이 샤머니즘에 기반을 둔 이단에 가까운 종교적 조직이라니요? '우리 나라가 1970년대 개발독재 시대로 돌아간 줄 알고 있었더니 청동기 부족국가 신정(神政)정치 시대로 가 있었다'는 어느 인터넷 댓글의 내용은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충격과 자괴감의 깊이를 가늠케 해 줍니다. 인기 드라마 '주몽'에서 보던 이야기를 21세기 뉴스에서 보고 있게 될 줄을 상상이나 해 보셨나요?

    무엇보다 저는 북쪽에서 우리를 비방하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독재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긴 해도,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건설하고 지켜낸 경제대국과 이 민주공화정은 3대 세습체제에 짓눌려 있는 북쪽에 비하면 우리의 자랑 아닌가요? 그러나 이제는 저 쪽에서 '무당의 지배를 받고 있는 놈들'이라고 우리를 비난했을 때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분통하네요. 국정원이 제공한 안가에 머물고 있을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관은 현재 한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신정(神政) 정치' 기사까지 제공받고 있을까요? 넘어온 결정적 사유가 뭘 진 몰라도 3대 세습체제에 대한 환멸도 있긴 있었을 텐데, 목숨을 걸고 넘어 온 곳에서 무당이 섭정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2. 오늘의 대한''국은 어떻게 만들어져 왔던 것인가요?   

    이렇게 오늘 우리가 붕괴된 모습을 보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치 체제는 우리 조상들이 일제로부터 저항하며 만들어 내고 (비록 연합군의 승리로 주권을 회복하였지만), 우리 선배들이 피땀으로 지켜낸 것입니다.

    1919년 3월 1일 삼일 만세운동은 국내에서 온 민족의 자주독립 열망을 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민족지도자들은 이를 계기로 해외에 독립운동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이 조직을 망명정부형태의 준정부 구조로 가져갑니다. 바로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는데요. 경술국치(1910년)로 소멸한 대한제국의 왕족은 일본 귀족화 되어 더이상 조선 민족 독립의 열망을 담아낼 수 없었고 독립운동에 대한 기여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임시정부를 세우고자 했던 독립운동 지도자들은 이 망명정부의 형태를 왕정복고가 아닌 민주공화정으로 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 연유로 대한제국이 아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은 당시 중화민국 군의 협조하에 자체 군 조직을 창설하여 해외에서 연합군의 대일 전투에 참전하였고, 한반도 진공작전을 준비하는 등 연합군의 일원으로 일본을 무찌르고자 많은 준비를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첫돌 1월 1일, 임시정부 요인 58명이 상하이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둘째줄 왼쪽에서 7번째가 이승만, 첫째줄 왼쪽에서 3번째가 김구, 이승만 오른쪽으로 4번째가 안창호. (출처: 나무위키) 원본소스 : https://namu.wiki/w/%EB%8C%80%ED%95%9C%EB%AF%BC%EA%B5%AD%20%EC%9E%84%EC%8B%9C%EC%A0%95%EB%B6%80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 예하 광복군이 한반도 진격의 꿈을 이루기 전에 일본이 항복하고 연합군이 승리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이라고 하지요. 이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게는 승전국의 지위도 얻지 못하고, 한반도를 실효지배하는 정부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래도 3년간의 미군정 끝에 1948년 8월 15일, 비록 남한만의 단독 정부이지만, 한반도 내에 우리의 실효 지배 정부를 수립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한 근거가 되는 제헌헌법은 1948년 7월 17일 제정 반포되는데,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의 역사는 쉽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정부는 무리한 장기집권을 위해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과 정부통령 선거의 부정(이른바 3,15부정선거)을 저지르게 됩니다. 민주공화정이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이를 지키려고 시민, 학생들은 죽음을 불사한 저항을 했고, 침묵하던 시민들의 대규모 가세로 인해, 이를 총칼로 막던 자유당 정권의 장기집권 기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기붕 부통령은 자살,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게 되죠. 이를 우리는 4.19 혁명(1960년)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1년 뒤, 현 박근혜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소장이 군부를 이끌고 쿠데타(5.16쿠데타)를 감행하여,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당 정권을 붕괴시키고, 군정 실시 후 스스로 대통령에 오르게 됩니다. 그도 장기집권을 기도하여 1972년 스스로 군대를 서울 시내에 끌고 들어와 친위 쿠데타(10월 유신)를 일으키고 이른바 '유신 헌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스스로 종신 대통령이 됩니다. 역시 국민들은 저항하지만, 유신정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각종 긴급조치와 계엄령을 발동하여 이를 틀어 막습니다. 이번에는 4,19혁명처럼 국민이 승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부하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10.26사태, 1979년)하는 돌발 상황에 의해 유신체제가 종말을 맞게 됩니다.

    국민에 의해 민주정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신군부라고하는 또 다른 군부세력이 상황을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2,12 사태(1979년)라고 불리우는 하극상을 일으켜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등을 체포하고 실권자에 오릅니다.  민주정치 체제의 회복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신군부의 등장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신군부의 총칼 앞에 이른바 '서울역 회군(시위대의 자진해산을 의미합니다.)'을 계기로 사실상 와해되었고, 다른 대부분의 지역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전라남도 광주 (오늘날 광주광역시) 지역만은 민주정치의 회복을 갈망하는 시민들이 무장하여, 이를 진압하던 계엄군과 지역 경찰을 몰아내고 시내를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신군부는 이를 폭도로 규정하고, 특수부대 등을 투입해, 무력 진압(1980년 5월 27일)으로 끝을 맺게 되었지요. 민주정치 체제 회복을 위해 무장 투쟁을 벌였던 이 사건을 오늘날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 어머니가 6년 전 광주항쟁에서 살해당한 아들의 묘 앞에서 오열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광주학살'과 정적에 대한 내란음모 누명, 가택연금 등으로 권력기반을 다진 신군부의 전두환 장군은 7년 단임 대의원 간선제를 골자로하는 개헌을 단행하여 대의원들을 체육관에 모아 놓고 스스로 대통령에 오르게 됩니다. 유신시대에 버금가는 폭압적 정권에 민주정을 갈망하는 시민사회는 잠시 숨을 죽였지만, 7년 임기가 끝나갈 무렵 '직선제 개헌'을 모토로 하는 민주정 회복 요구가 점점 거세지게 됩니다. 당시 연세대 학생 이한열씨가 민주회복을 위한 시위를 벌이다가 진압 경찰이 쏜 직사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는 (약 한달 뒤 죽음에 이르게 된) 사건을 계기로 전국민적인 민주화요구가 빗발치게 됩니다.(6월 항쟁, 1987년) 신군부 세력은 다시 한번 강경진압을 검토하지만, 1년 뒤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계엄과 군투입은 쉽지 않은 선택지였습니다. 결국,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체육관 대통령'이 될 예정이던 노태우 여당 대통령 후보가 '직선제 개헌'을 전격 수용하는 형태로 사실상의 후퇴를 하게 됩니다.(6.29선언, 1987년) 이때 여야 합의와 국민투표로 5년 단임 및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해서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의 우리 헌법입니다. 87년 발효되어 대통령이 여섯 분 탄생했지요. (그래서 우리의 현행 정치체제를 '87년 체제'라고도 부릅니다.)

1987년 6월 9일 당시 연세대 학생이던 이한열씨가 호헌철폐 및 직선제 개헌을 위한 시위 도중 머리에 직사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정부를 수립한 이후로 민주공화정에 위기가 닥칠때 마다 날아오는 총탄에도 몸을 아끼지 않은 우리의 선배들의 선구자적 행동으로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결정적인 순간에는 묵묵히 현업에 종사하던 보수적인 서민 대중들이 민주정치 회복을 요구하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민주공화정이 지켜져 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 등 선구적인 분들이 불을 지핀 후, 침묵하던 다수의 대중들이 '이건 도저히 아니다.'라고 생각할 때 다수 국민의 힘에 의해 민주정이 회복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4,19혁명'과 '6월 항쟁'이 그 승리의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3. 우리는 앞으로 대한''국의 '民'자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전술한 바와 같이, 또 우리가 다 같이 보도를 접하고 패닉에 빠진 바와 같이, 우리는 지난 세대가 맞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민주공화정에 대한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을 좀 달리 해 봅시다. '민주공화정'에 대한 환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민주공화정은 절대 완벽한 정치체제가 아닙니다. 중우정치라는 말이 있지요? 고대 그리이스 직접민주정 시대의 이야기인데, 대의민주정 시대인 오늘날의 의미로는 '우매한' 국민이 우매한 지도자를 택한다는 이야기쯤 될까요? 지금 개헌 논의가 있는데, 어떤 정부형태, 권력형태를 갖춰도 아래와 같은 지도자와 그 추종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한 7푼 정도의...)좀 모자라는 정치 지도자라도 이미지관리를 통해서 얼마든 최고 권력자로 나올 수 있죠. 또 우매한(?) 국민이 그 모자라는 지도자를 열렬히 지지하고, 그것을 보면서도 (그 지도자가 좀 모자란지 알면서도) 지지가 있고 잇권이 있기에 그 주변에 똥파리들도 꼬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항상 최선의, 최상의 지도자를 뽑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지도자가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체제이다.' 그렇습니다. 선거에 의한 국민의 선택이 실패할 수 있는 것이 민주공화정입니다. 우리가 자괴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출된 지도자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을때, 민주공화정의 구성원인 우리는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민주정을 회복했을때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자랑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저들의 저항에 밀려 이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우리는 무당에 의한 지배를 용인한 국민으로 전락합니다. 그때는 정말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독일국민이 히틀러에게 선거로 권력을 주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이 나찌즘이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를 통제하지 못한 것도 잘 알고 있지요. 오늘날 독일은 이 시대에 대한 반성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으며, 통렬히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뻔뻔한 어떤 섬나라도 있지만요.)

최근까지도 나치 독일의 만행을 뼈저리게 반복해서 반성하는 독일 메르켈 총리 (출처 : 연합뉴스TV)

    그런 의미에서 (일본과 이승만을 추앙하는 뉴또라이 뉴라이트 같은 분들 말고) 이 땅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다면, 이 사태에 밤잠이 안 와야 합니다. 제대로된 보수라면 소위 진보들이 나서기 전에, 민주공화정이 무너지는 현 상황에 가장 먼저 분개하고, 가장 먼저 엄격한 법치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치적 책임을 묻고, 신속히 대안 권력을 논의하고 추대하여 권력의 공백이 없도록 안정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대로된 보수가 지켜야할 가치입니다.

    이 나라의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民'자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저는 지켜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평범한 국민들은 때로는 박근혜대통령 같은 분을 선거에서 뽑기는 해도, '민주공화정을 스스로 지켜내고 누리고 있는 국민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국민의 뜻을 대리하는 위정자들은 추상같은 법집행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자들에 상응하는 벌을 주고, 국민이 부여한 통치권을 사사로이 연을 맺은 한 자연인에게 집중적으로 넘겨 준 현직 대통령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인 책임을 반드시 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 민주정회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여론주도층 핵심보수와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 이 분들이 민주공화정 회복을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선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더라도, 탄핵 여부를 떠나, 레임덕을 넘어 '식물 대통령'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 국정 공백이 없도로 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해 줄 여론 주도층 핵심 보수들의 역할이 간절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대통령을 설득하여 진행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여당은 그럴 실력도 안되고, 그럴 생각도 없지요. 야당이 이야기하면 박대통령은 안듣습니다.

    또, 진정한 보수라면 박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포함하여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막아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내부에서 민주공화정을 붕괴시키는 세력을 추상같은 법집행으로 다스리자는 정치인과 그 세력에 힘을 실어 주셔야 외부에서 우리 민주공화정을 얕잡아 보지 못합니다. 또 그래야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대북 정치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유지시켜 줄 수 있습니다.

    박대통령도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히 드러나도록 하고 드러나는 위법행위에 대한 (하야 혹은 탄핵을 포함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퇴임 후 형사적 처벌을 받도록 보수 여론 주도층에서 나서 주어야 합니다. 물론 수사는 빨리 진행하되 책임은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이 선행된 뒤에라야 하겠지요. 이래야 진정한 보수입니다.

    대한민국 참보수들의 결정적 의견 수렴과 행동을 기대하며, 그 분들이 무너진 우리 민주공화정의 역사를 다시 세워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4.19혁명과 '6월 항쟁' 때처럼 말이죠. 자, 이제 자괴감과 수치심은 잠시 접어 두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민주공화정을 회복해 냅시다. 그리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 부끄러워 합시다.

 

P.S. 이 글의 구성 방향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따로 기재합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특종을 연일 보도하던, 조선일보는 얼마 후, 급소를 반격당합니다. 국정원의 막강한 정보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 주필의 비위가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폭로되면서 그 주필이 펜을 놓았지요. JTBC에 대한 반격이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Posted by tr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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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4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던 중에 본인 임기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습니다. 박대통령의 최근 몇 년간 개헌에 대한 입장과 180도 다른 이야기를 갑자기 꺼낸 것에 대하여 의아함과 황당함... 그리고 의혹의 시선들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선언은 왜 이 시기에 뜬금없이 나온 걸까요? 이 선언이 가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제 [세상을 보는 눈]에 비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 시작합니다.

 

 

1.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목적

 

   첫째,  '국민 여망'은 개헌 추진의 구실(대의명분)일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추진의 이유로 '국민 여망'을 들었다지요? 박대통령이 국민 여망에 따라 행동한게 지금껏 뭐가 있었나요? '국민 여망'이라는 거창한 언어가 아니더라도, 국민 여론의 상식적인 반대와 합리적인 대안에도 불구하고 자격 미달, 함량 미달의 비리 국무위원 등 관료들을 통솔하여 당신 가실 길 꿋꿋하게 가시던 분 아닌가요? 이 개헌추진 선언 자체도 평소 본인 지론과 배치되어 황당하지만, 구실이 '국민 여망'이라니 더욱 의아할 뿐입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은 '최순실-우병우' 이슈 전환 시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저와 같은 평범한 국민들 중에서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이것이 이슈 전환 시도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아마 없으시겠지요. 박대통령 스스로 '개헌논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불과 엇그제까지 '개헌논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신 분이, 이제는 제발 '개헌논의를 공론화해서 다른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실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는 모두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박대통령의 선언이 나오자 마자,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여러 야권 정치인들이 이 점을 즉시 지적한 것은, 박대통령이 평소 본인 지론과 정반대의 선언을 너무도 불쑥 내놓은 그 시점과 상황이, 너무도 명확하게 '이슈의 대전환'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빤한 수라는 이야기지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은 본인의 퇴임 후의 정치지형에 대한 교두보 확보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살려 보겠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을 보면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대음 대선에서 이른바 친박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친박 후보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어쩌면, 반 총장 본인 당선을 위해 범여권 후보를 자처하며, 박대통령과 친박 세력에 대한 비토를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민심이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 체제에서는 더 이상 '친박'이라는 세력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언젠가 해야하는 개헌이라면, 박대통령 퇴임 후 보다는 지금이 박대통령과 친박에게 유리하지요. 야권이 과반이라고는 하나, 분열되어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고, 여권이 비록 총선에서 참패했다고는 하나, 공천과정에서 '진박감별' 등 수준 낮은 저질 공천을 통해 확보한 국회 내 최대 계파라는 잇점이 있는 현 시점이, 박대통령의 입장 상 개헌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권하고 있는 이때를 차기 권력 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2.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 박대통령의 개헌 추진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는 뭘까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이 레임덕을 인정하는 자기 고백이라는 것입니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4년 차를 맞아, 지난 5월 제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내심 독자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기대하던 여당이, 분열과 지리멸렬을 반복하던 야당에게 제1당을 내주는 '의문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부터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각종 (자칭) 개혁 입법이 무산되고 행정부의 국정 동력은 국회 쪽 파트너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졌죠. 

   저는 당시 박대통령이 '경제우위의 논리'를 통한 대 국회 압박 및 사정정국을 통한 국정 통제력 유지와 레임덕 방지에 나설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권 실세 우병우 민정수석 및 그의 처가에 대한 비위 의혹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우 수석이 본인 처가 수준과 비슷한 수준의 비위를 갖춘 국무위원을 검증/통과시키고,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 청와대는 이를 임명 강행하고, 거기에 더해서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던 비선실세 비리 의혹이 최순실과 그의 딸, 일해재단을 연상케 하는 미르/K 재단 의혹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면서, 이 무능한 부패정권은 사정정국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껏 나온 것이 북의 도움으로 핵안보 정국을 만들어 간 것... 그나마 비선 비위라는 쓰나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레임덕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지요. (무능한 정권의 사정정국 실패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재벌과 MB계 비박을 동시에 잡으려던 '롯데 수사'의 용두사미 종결입니다.)

   아시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몇 년간 평소 소신은 '경제의 중요성 때문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인 개헌 논의는 본인의 임기 중에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정치전문가들은 그러한 박대통령의 입장을 '레임덕을 거부하거나 가능한 한 늦추려고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해석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예 본인이 느닷없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온 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현 임기 시점에, 현 여야 구도에, 본인 주변의 각종 비위 혐의에, 본인과 여당의 낮은 지지도에, 모든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개헌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법 등의 경제구조개편 등 경제 현안을 포함하는 국정 전반에 대한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라고 하는 것을 자기고백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즉, 국민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레임덕 상황에 대하여 박대통령이 이것을 사실상 본인도 인지하였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선언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저도 '박근혜 (대통령 어록으)로 박근혜(대통령) 반박하기'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재임 시, 그러니까... 2007년 무렵, '4년 중임제'를 골자로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신 바 있죠. 이 소식이 당시 유력 대선 주자셨던 박대통령께 전해졌을때, 박대통령께서 하셨다는 그 말씀을 오늘 그대로 박대통령께 삼가 올립니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766982.html#csidx84937b590a00a6e959184151da49d61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766982.html#csidx21845879d65dff38a2c64098784641f

P.S. 저는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의 유불리와 기회-위기에 따라 개헌논의 자체를 반대하다가, 불쑥 개헌 이야기를 꺼내는 이런 행위를 규탄합니다. 개헌도 물론 중요하고, 현행 헌법의 미비사항을 보완하고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헌의 내용 중 차기 권력구조에 대한 사항도 현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의 권력 구조 문제를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개헌 자체 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즉, 최순실 모녀, 정윤회, 차은택, 우병우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처벌,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차기 권력의 견제장치를 올바로 마련할 수 없고, 이는 곧 이런 개헌이 단순히 '권력 구조'의 '변경'을 의미할 뿐 결코 '정의로워' 지거나 심지어 '개선' 조차 될 수 없는 개헌이 된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 명확히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이상 '4년 중임제' 혹은 '의원 내각제', '이원 집정부제'하의 대한민국 제7공화국에서 이 땅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제2의 최순실, 정윤회, 차은택, 우병우들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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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8일 법원은, 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첨부 문서 형태의 '압수수색 형태의 검증과 제한'이라는 글을 통해 부검장소, 참관인 등 중요 절차에 관련하여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여 진행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이 영장은 기존에 알려져 있던 영장의 형식과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법원이 1차 영장청구는 기각한 뒤, 2차로 제출된 영장청구를 기각시키지 못하고, '내키지 않는 부검영장을 내어 주면서 탄생한 고육지책의 흔적이다.'라든지, '말도 안되는 부검에 대한 고민과 책임을 유족 측에 떠넘기는 것이다.' 등의 논란이 분분했습니다. 이 영장은 집행기관인 검찰/경찰과 피집행 측인 유족에도 법원의 진의(眞意)와 강제성에 대한 숱한 논란을 야기했지요.

   이런 와중에 검찰은 지속적으로 '영장(집행)의 강제성'을 강조하며, 집행을 강제할 수 없는 영장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보여왔습니다. 급기야 어제 (6일) 오후에는 서울지검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건부영장이란 없다. 영장을 발부받았으면 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유족과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유족의사에 반하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고 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검찰이 이야기하는 '영장 집행의 강제성'... 과연 맞는 말일까요?

   위키피디아에서 '영장(令狀)'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그 뜻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장(令狀)은 명령을 기록한 종이문서로, 특히 법원 또는 법관이 사람 또는 물건에 대하여 체포, 구금, 수색, 압수 명령 이나 허가를 내용으로 하여 발부하는 문서를 말한다.
대한민국헌법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영장은 ‘명령서’, ‘통지서’로 한국어 순화어를 쓰도록 권장 됨에 따라 입영영장은 입영통지서로 쓴다.
 ● 수색영장은 수사기관에게 피의자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상의 증거물을 수색할 것을 명령하는 법원의 명령장이다.
 ● 체포영장은 혐의자의 체포를 지시하는 검찰이 청구하고, 판사는 이를 검토하여 승인하는 명령장이다.
 ● 구속영장은 피고인이나 또는 피의자를 구인·구금하기 위하여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이다.
 ● 인신보호영장은 이유없이 구금되었을 때 신청해 구금에서 풀려날 수 있게하는 영장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구속적부심사를 쓴다.

 

   부검영장은 故백남기씨의 '사인(死因)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수색하겠다는 수색영장의 일환입니다. 앞서 위키피디아도 적시하고 있듯, 수색영장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수사기관에게 이렇게 이렇게 수색하라는 명령서(장)입니다. 명령을 하는 쪽이 법원이고, 명령을 받아 집행하는 쪽이 수사기관입니다. 즉, 수사기관 자의(恣意)에 의해서가 아닌, 법원의 권위와 명령을 '수사기관이 받아' 법원의 명령을 집행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영장 집행의 '강제성'이라고 하는 것은, 수사대상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 수사기관도 '법원의 명령에 따라' 집행하여야 한다는 '강제성'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현재 검찰에서는 '집행의 강제성'만 강조하며 강제집행 운운하고 있는 것이지요. 당연히, 검찰/경찰 등 행정부 수사기관의 자의적(恣意的) 영장집행은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를 의미하게 됩니다. 만약, 사법부의 명령을 무시한 자의적(恣意的)인 '강제집행'을 검/경 수사기관이 강행한다면, 이 위법을 누가 벌할 수 있을까요? 입법부가?... 사법부가?... 제4부라고 일컬어 지는 언론에서?... 이도 저도 아니면 저들이 개, 돼지라고 멸시하는 99% 국민들이?... 견제받지 않고 무소불위로 폭주하는 검찰, 경찰, 세무서 등의 행정부 권력기관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법치국가입니다. 법치국가에서 3권분립의 철저한 준수는 민주주의 실현 정도의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행정부의 수사기관은 사법부의 (명)령장없이는 국민을 자의적(恣意的)으로 구속하거나 수색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사법부의 (명)령장을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하여 (명)령장에 반(反)한 위법행위를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행정부가 사법부를 무시하고 사법부 위에 있음을 인증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지요. 바로 (그 어느 분이 그렇게 듣기 싫어 하신다는) 헬조선 독재국가를 인증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삼가 故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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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사태’의 현황…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메르스를 통제할 능력이 있는가?


현 상황부터 빠르게 한 번 보자.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기사의 최종 수정 시간인 2015년 6월 2일 오전 9시 50분 현재, 사망자 2명, 확진환자는 3차 감염자 포함 25명, (이 기사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기사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현재 680여명 이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뒤늦은 대처로 정부의 통제력 밖에서 지속적인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관리상태는 반드시 조만간 ‘주의’에서 ‘경계’ 이상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즉, 역학조사의 전면 재 실시를 통해 모든 감염경로를 재 추적하고, 감염 의심자를 포함한 모든 (잠재적)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자가 격리가 아닌 시설 격리 조치하여야 이 사태를 ‘현재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

여기서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이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초 국내 감염자와 2차 감염자에 관련하여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1차 및 2차 감염자가 감염된 후 접촉한 모든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현 시점에 와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균자의 전염률이 어쩌고, 잠복기의 전염 불가능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집어 치우자. 지금까지 정부관계자와 관련 전문가 분들이 언론에 나오셔서 하셨던 말씀 중에 맞는 말씀이 얼마나 있었는가? 그런 이야기는 정부와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위 언론 보도에 의하면 시설 격리 대상자가 1천 명을 넘기게 되면 대한민국 내 의료시설 수준에서 시설 격리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격리 대상자가 1천 명을 넘기면 전수(全數) '강제' 시설 격리 자체를 시행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설이 없어, 시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의미이다.

현미경으로 관찰된 MERS 바이러스현미경으로 관찰된 MERS 바이러스의 모습 (출처 : 영문판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Middle_East_respiratory_syndrome_coronavirus

만약, 사태가 정부의 통제력을 벗어나게 되면, 즉 국내에 신규 전염병이 ‘창궐’하는 수준이 되면, 질병관리본부는 그들의 매뉴얼대로 업무를 했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핵심 과업이자 존재 이유인 '신규 전염병의 신속하고 적절한 통제 및 확산 방지'라는 직무수행에 완벽하게 실패하는 것이 된다.

자,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메르스를 통제할 능력이 있는가?


책임소재… 질병관리본부 실무자와 책임자 만의 잘못인가?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메르스를 통제할 능력을 이미 잃었다면, 혹은 조만간 잃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언론이 우선 원인 규명에 나서게 마련이다. 이미 최초 감염자 확진 이후 하루 이틀 사이 2차 감염자가 ‘예상 외로’ 속출하면서, 의료기관과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에 관하여 문제가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언론의 보도가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이 보도들 중 최근의 한 보도를 보면 최초 감염자에 대한 의료진의 메르스 의심이 시작된 5월 17일부터 메르스 확진이 나온 20일까지 질병관리본부 대응이 매우 안일했고, 2일 이상의 골든 타임을 놓침과 동시에 감염루트를 확인할 수 없어서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현재의 이 엄중한 상황이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차적으로는 질병관리본부 해당 담당자와 그 관리 감독자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오늘의 이 사태를 예견했을까?…. 언론이 파고 들기 시작하자 5월 21 무렵 해명을 내어 놓은 바 있다. 자신들은 매뉴얼을 준수했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제공한 정보가 메르스에 대한 조치를 개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제공되지 않은 정보도 있었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좋다. 공무원의 해명을 그대로 믿어 보자. 여기에서 두 가지의 책임소재 이슈가 더 발생한다. 하나는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매뉴얼 대로만 움직였으면 괜찮은 것인가 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 문제이고, 두 번째는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했는데도 그 매뉴얼의 목표 달성을 이렇게 철저히 실패한다면, 이런 후진적이며 사후약방문적인, 적절한 대응이 결코 불가능한 매뉴얼을 왜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이 과연 핵심일까?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늘 그렇듯,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질타하는 언론의 보도와 여론의 흐름을 읽게 된다. 이번 사태도 그런 경향을 볼 수 있다. 물론 나도 백 번 동의한다. 그리고 이 사태 초기부터 아마 누구나 예상하고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사실 그들의 본질적 특성이다.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을 근거로 모든 공무원들의 연금혜택, 신분보장 등을 박탈해야 한다는 식으로 과격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한 연금혜택과 신분보장을 괜히 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보장을 전제로 나랏 일을 시켜야 공무원의 애국심과 봉사정신을 유도하고, 국가가 안정적인 대 국민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그런 제도를 (여러 보수적인 선진국가들처럼) 공무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에 대한 보장 제도로부터 불가피하게 (어쩌면 필요악으로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보장 및 연금 제도를 시행한 이래로 역사상 단 한번도 공무원들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하지 않은 적이 없다. 물론 이러한 속성을 이겨내고 개인적인 성품에 따라 헌신적이고 귀감이 되는 공무원 ‘개인’이 때때로 나온다. 나는 지금 공무원 ‘집단’의 본질적 속성과 성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닌데, 때에 따라서 공무원들의 업무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번 사태와 같이 처참한 실패로  귀결되기도 한다.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발생시킬까?

열쇠는 공무원 집단을 지휘 통제하는 ‘정권’이 쥐고 있다. 우리가 싸잡아 비판하는 ‘정부’에는 권력에 따라 사람이 바뀌며 정부 조직의 상위직을 차지하는 ‘정권’이 있고, 이른바 관료집단이라고도 하는 ‘직업적 공무원’들이 있다. ‘직업적 공무원’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애당초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숙명적 속성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과잉대응해서 생기는 귀찮은 문제를 싫어 한다. 때로는 그러한 과잉 대응으로 인해 그들의 혜택인 보장된 신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상적이고 평범한 공무원이라면 최소한 매뉴얼 수준으로는 일하고자 한다. 공무를 매뉴얼 수준으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무원의 복무규정 위반을 뜻하는 것으로써 역시 그들의 보장된 신분상 혜택을 박탈 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호 사건 때의 해경 진도관제센터 당직자를 상기해 보시라.) 한편으로는 그들이 (적절한)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국가 시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담보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얼마전부터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유행한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장면 속 카피이다. 매뉴얼보다 높은 수준의 (과잉) 대응을 바라보는 직업공무원의 시각을 정확히 대변해 주는 카피가 아닐까 싶다. ⓒ삼성카드 (출처 : youtube.com)

결론적으로 ‘정권’은, 담당 공무원이 때마침 헌신적인 공무원이어서 본인의 인사상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국민이 잠재적으로 처할 수도 있는 위험에 적극적으로(매뉴얼에 비하면 과잉으로) 대응해 주는 요행을 바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반적으로 복지부동 성향의 ‘직업적 공무원’들을 이끌고 이들이 올바르고 적절한 매뉴얼을 갖추고 '매뉴얼 대로' 대(對)국민 서비스를 하도록 인사권,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통해 지휘,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위에서 두 번째 문제로 제시한 후진적, 사후약방문적 대응 매뉴얼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해법이 나온다. 국가적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재검증하여, 이러한 어이없는 땜질식 대응이 ‘매뉴얼’을 근거로 시전(施展)되는 후진적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정권'이 '공무원'들을 제대로 지휘, 통제하는 것... 그래서 선진적, 선제적 매뉴얼을 구축하고 국민에게 온전히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핵심인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레파토리 아닌가? 한... 1년 전 쯤에?...)

 

국가 재난 관리 체계가 이러한데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가 여전히 지겨운가?


그랬다. 사실 우리에게는 1년 여 전에 위와 같은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일부의 일반인을 포함하여 3백여 명 이상의 꽃다운 학생들이 남해 바다에 수장되는 것을 충격 속에 목도하며 온 국민이 통한과 통곡의 눈물을 흘린 댓가로 얻은 기회였다. 어디 이런 기회가 한 번뿐이었으랴마는… 당시에 행정부 수반께서는 참담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능력의 부재(不在)를 보시고, 그 원인을 구시대의 유물인 ‘적폐’에서 찾으셨다. 그리하여 마침내 ‘해경을 해체’하시겠다고 선언하시며 범국가적 재난 대응 시스템을 다시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데 1년 여 뒤, 오늘을 보라. 신규 전염병이 발병율과 사망자 수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며 국격을 드높이고(?) 있고, 관련 공무원의 안일한 대응으로 이웃 국가에 까지 질병을 수출하시어, ‘더러운 보균국', ‘질병관리 후진국’ 소리 들어가며 비난 받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정권’이 ‘직업 공무원’들을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2000년대 중반 노무현 정권 때의 ‘사스’ 대응처럼 전세계적인 칭찬과 부러움을 받느냐, 아니면 이 정권의 메르스 대응처럼 이웃 국가의 멸시와 조롱과 혐오를 받느냐의 차이가 결정된다.

자, 여전히 세월호 유족들과 일부 사회단체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및 온전한 선체인양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1년 지난 세월호 타령이냐는 분들께 묻고 싶다.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보상 규모를 묻는 게 아니다.)가 지금도 지겨우신가?


궁극적으로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그렇다면 이번 메르스 통제 실패의 최종 책임은 ‘정권’이 지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책임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 이 글이 결국 비극적 결론을 내는 순간이다. 국민의 책임은 결코 그 정권 창출에 기여하거나 찬성한 국민과 반대한 국민, 별 관심 없던 국민을 가리지 않는다. 비극을 넘어 처참한 결말이 되겠다.

‘정권’은 어떻게든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릴 것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그들의 본질이듯, ‘정권’의 책임 돌리기 또한 정권재창출을 위한 그들의 본질적 속성이다. 전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든가, ‘세월호’의 유병언같은 이를 찾든가, 여러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어느 인터넷 댓글처럼 이번엔 질병관리본부를 해체하실까나? 이왕이면 통크게 보건복지부를 해체해 버리실 수도... 뭐 이도 저도 안되면 질병관리본부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하는 수준에서 그냥 뭉개든가…. 이 정권에는 무슨 잘못을 해도 괜찮은 지지율 40%짜리 천부(天付) 콘크리트 ‘까방권’이 있지 않은가?

감기 바이러스 등의 대재앙을 다룬 영화 포스터들2차, 3차 감염자 속출, 사망자 연쇄 발생 등 MERS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그동안 감기 바이러스 등을 소재로 다루었던 재난 영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출처 : 쿠키뉴스. http://durl.me/8wgo8g)

국민은 정권에 대한 찬성 여부에 상관없이, 다른 데가 아파도 병원 가면 메르스 옮을까 두려워하면서 메르스 감염자가 있을지도 모를 병원에 가야 하며, 메르스 감염자가 있을지도 모를 버스에 타는 공포의 모험을 감행하는 형태로 책임을 져야 한다.(러시안 룰렛 수준의 스릴과 어드밴쳐를 선사해 주신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패라도 드려야 하나?) 차라리 이웃 국가 국민들로부터 받는 멸시와 조롱, 그리고 요우커들이 '더러운 병 옮을까 두려운' 대한민국 관광 대신 '지진 날까 두려운' 일본 관광을 택하는 경제적인 손실 따위는 국민이 져야 할 책임 중에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입에 담고 싶진 않지만, 최악의 경우 도대체 어디서 옮았는지 알 수 없는 메르스로 인해 억울하게 사망해야 하는 형태로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신뢰가 무너져, 사태가 확산될 때마다 나오는 정부의 회의와 대책 자체가 공포와 괴담 수준이기에, 오늘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국은 국민이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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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지난 몇일 전부터 인터넷 상으로 표출된 한 이슈에 관련하여 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바로 김문수 도지사의 '119 전화'와 그로부터 비롯된 '인사조치'에 관련해서 였는데, 경기도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의 네티즌들의 공세에 김 도지사 측이 백기를 들면서 급기야 전화를 받은 두 소방관에 대한 원상복귀 조치가 내려지는 상황까지 전개가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김문수 도지사는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긴급하지 않은' 행정문의를 위하여 '긴급전화'에 전화를 한 개념 없음과 보복성 인사조치로 성품의 치졸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 하나 찌질한 놈으로 만들고) 논란을 접기 보다는 한번 쯤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제 이 폭풍같던 논란이 수그러질 때가 되었기에 그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우선, 많이 지적된 사안인 김문수 도지사의 두 번의 119전화의 적절성 여부, 두번째는 그 전화를 받은 두 소방관 대응의 적절성 여부, 세번째로는 그로 인해 비롯된 인사조치의 적절성 여부, 네번째로는 원상복귀의 적절성 여부 및 복귀 과정에서의 김 전지사측 대응의 문제에  관련한 단상을 정리하고자 한다.

  <김문수지사의 첫 번째 119 통화 내역 녹취파일-출처 유튜브>

   첫번째로, 김문수 지사가 119에 전화한 것과 관련하여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바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바로 그 측면으로서 '김 지사측의 해명처럼 '암환자 긴급수송체계를 문의하고자 하였다면, 왜 도대체 (소방관이 대응한 말마따나) 일반 행정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119에 전화를 하여 본인이 김문수라는 말만 반복하고 상대방의 이름만 묻고 끊었을까'하는 것이다. 김 지사를 보호하려는 보수성향의 모 인터넷 신문의 기사에 '119는 일반 민원 전화'라는 웃지 못할 억지 주장이 실리기도 했지만, 엄연히 119는 긴급 전화이다. 소중한 긴급전화 라인을 긴급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긴급 전화는 왜 만들어 놓는가? 김 지사는 암환자인 지인의 병문안 후 귀가 길에 뜬금없이 긴급전화 119에 전화를 걸어 본인이 김문수라면서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상대방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다고 짜증을 냈고, 김 지사의 첫번째 전화를 받은 소방관은 장난전화로 '오인'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김문수 지사 본인이 장난전화로 '오인'하게 원인을 제공하였으므로 아주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경기도 소방방재의 통수권을 적절히 행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직선 도지사는 유권자들이 현명히 판단하셔서 다음 선거 때 심판하실 일이다.

   두번째로, 두 소방관 대응의 적절성 여부인데, 전술하였다시피, 김문수 지사 본인이 장난전화로 '오인'하게 원인을 제공하였다. 만약 두 소방관은 성실히 근무하고 있었다고 전제한다면, 매뉴얼이고 뭐고를 떠나서 적어도 그 시간에 올지 모를 '긴급한' 전화를 받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경기도 지사라고 주장하며 계속 용건은 이야기하지 않고 이름을 대라고 주장하는 전화 발신자의 전화를 끊거나 발신자 스스로 끊도록 유도하였을 것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경기도 소방본부 측이 제시한 매뉴얼로 보면 두 소방관은 전화를 받자마자 관등성명부터 대고 용건을 신속하게 접수하여 긴급대응을 진행하여야 했다고 하며, 자의적으로 장난전화 여부를 판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다. 그 매뉴얼에 의하면 분명 두 소방관은 규정을 어긴 것이며 본인들도 그 점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두 소방관이 복무규정을 어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세번째는 그로부터 발생된 두 소방관의 인사조치과 과연 적절했는가의 문제이다.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긴급전화에 관등성명부터 대라'는 매뉴얼이 과연 적절한 메뉴얼인가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또한, '자의적인 장난전화 판단 금지' 관련된 규정상의 문제이다. 이 규정은, 장난전화를 직접 받은 소방관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타의적으로?) 장난전화로 결정해 주어야 장난전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규정일 것이다. 장난전화가 횡횡하는 119에 용건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난데없이 본인이 김문수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을 자의적이 아닌 주변의 그 누가 장난전화가 아님을 정확히 결정해 줄 수 있을까? 직속상관이? 장난전화 판정 위원회라도 있는가? 경기도 소방본부는 해명자료에서 2009년 남양주에서 119상황실 근무 소방관이 자의적으로 장난전화로 판단하여 한 노인이 동사한 사건을 예로 든 모양이다. 당시 상황은 신고자가 사실을 신고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소방관이 (자의적인) 실수로 장난전화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번 처럼 용건 조차 이야기하지 않고 본인이 김문수라며 관등성명 대라고 우긴 상황과 전혀 다른 것이다. 이번 건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라도 (김문수라는 말에 '쫄지' 않는 한) 장난전화라는 판단을 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므로 전술한 바와 같이 소위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좌천성 전보발령 수준인가 하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방통수권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심기가 불편한 통수권자가 지시를 하였든 소방본부에서 '알아서 기셨든' 지나친 인사였다는 것이 여론이며 나도 그렇다고 본다. 현행 매뉴얼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수준의 문책과 교육이면 족하고, 매뉴얼이 문제라면 매뉴얼을 손볼 일이다.

   네번째로, 원상복귀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위와 같은 여론에 대하여 김문수 지사측도 수긍을 했는지, 결국 약 일주일 전의 인사를 번복하는 인사를 경기도 소방본부에 지시하셨다고 하는데, 경기도 소방방재본부 인사규정상 인사조치 후 6개월 내 다른 인사조치를 금하고 있다고 하므로 이 원상복귀 지시도 김 도지사의 규정 위반 지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 지사 측은 여론 형성 초기에 인사조치에 대하여 알고 있으며 당연하고 정당한 인사조치였음을 강변하다가, 여론이 무르익자 인사조치는 도 소방본부에서 규정에 의거 진행한 것이며 김 지사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는 등의 말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다가 결국 또다시 규정을 무시한 원상복귀 인사를 지시하는 악수를 거듭하고야 만 것이다. 의사 결정이 여론의 향배에 따라 참 빠르기는 하나, 진중한 면이 없다. 규정에 대한 고려도 찾아 볼 길이 없다. 여러 가지로 법치국가의 직선제 수장이 보여주어서는 안될 모습을 유권자들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 119전화 관련 한 네티즌의 비판적인 패러디 게시물-원본 출처 불명>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국 (원상복귀 되었으므로) 해프닝이 되어버린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한 피선거권자의 자질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유권자들의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긴급 전화' 근무자의 대응 매뉴얼에 불합리한 측면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각 광역자치단체 소방당국자 분들께서는 이번 '해프닝'을 더욱 합리적인 대응 매뉴얼로 다듬는 기회로 활용하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번 해프닝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가는 것 같아 기쁘다. 모쪼록, 새해에도 두 소방관님과 그 가족분들과 그리고 김 도지사님의 행복과 건강을 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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